[르포]"명절 대목은커녕 평상시만도 못혀" 전통시장 '울상'

광주CBS 박요진 기자 2021. 2. 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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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낮 12시쯤 전남 목포시 석현동의 청호시장.

설 명절 연휴를 이틀 앞두고 인파가 가득해야 할 전통시장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까지 느껴졌다.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가장 많은 고객이 찾는 지난 주말 청호시장은 문조차 열지 않았다.

서씨는 "명절을 앞두고 성묘를 다녀오는 귀성객들의 발길이 이어져야 할 때인데 이렇게 한산하다"며 "설날 연휴를 나흘 앞두고 시장 문을 닫은 것만 보더라도 얼마나 장사가 안 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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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 대표하는 청호·동부시장..최대 90% 매출 감소
명절 연휴 나흘 앞두고 '시장 휴무'..매출은 평상시 수준에 그쳐
마스크 착용 탓 분식점·화장품 매장 등 매출 급감
설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9일 오후 전남 목포 동부시장. 박요진 기자
"장사 시작한 지 23년 만에 이런 명절은 처음이여. 오죽했으며 명절 한 주전에 문을 닫았겄소"

9일 낮 12시쯤 전남 목포시 석현동의 청호시장. 설 명절 연휴를 이틀 앞두고 인파가 가득해야 할 전통시장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까지 느껴졌다.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가장 많은 고객이 찾는 지난 주말 청호시장은 문조차 열지 않았다. 명절을 앞두고 정기휴무일을 변경하기도 했지만 손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을 열지 않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둔 9일 오후 전남 목포 청호시장. 박요진 기자
설 명절 연휴가 코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시장 상인들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평상시만큼이라도 물건이 팔리길 바랐지만 설 명절 대목은 이미 딴 나라 이야기였다. 시장 인근에 살며 38년째 청호시장에서 생선을 판매한 서미림(56·여)씨의 얼굴에는 시름이 가득했다.

제사상에 오르는 조기와 병어, 민어, 홍어 등을 주로 판매하는 서씨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설과 비교하더라도 매출이 90% 정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서씨는 "명절을 앞두고 성묘를 다녀오는 귀성객들의 발길이 이어져야 할 때인데 이렇게 한산하다"며 "설날 연휴를 나흘 앞두고 시장 문을 닫은 것만 보더라도 얼마나 장사가 안 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둔 9일 오후 전남 목포 동부시장. 박요진 기자
서씨 인근 상점에서 17년째 채소를 판매하는 김영철(49)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로 식당에 채소를 공급하는 김씨 역시 명절 대목은커녕 평상시만도 못한 경기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씨는 "청호시장에서만 17년째 채소를 팔고 있는데 이렇게 명절 분위기가 안 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인근 상점에서 22년째 곡물을 판매하는 60대 정모씨 역시 "시장 상인들 중 상당수는 이미 명절 대목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장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 감소에 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었다. 청호시장과 차로 10여 분 정도 떨어진 목포시 용당동 동부시장의 상황도 비슷했다. 명절을 앞두고 어쩔 수 없이 시장을 찾은 손님들도 혹시나 코로나19에 감염되지는 않을까 대부분 멀리 떨어져 상품을 지켜보기만 할 뿐 물건값을 묻는 경우도 많지 않았다. 동부시장에서 잡곡만 12년째 판매한 박미라(55·여)씨는 "시장을 찾은 고객들의 수는 30% 정도 줄었지만 실제 구매는 2배 이상 감소했다"며 한탄했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둔 9일 오후 전남 목포 동부시장. 박요진 기자
전통시장에서 10년째 호떡과 어묵, 떡볶이 등을 판매하는 50대 중반 민경희씨의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벗어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손님이 절반 정도 줄었고 그마저도 포장을 해가는 손님이 많다. 민씨는 "전통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어묵과 떡볶이로 간단하게 식사를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최경숙(62·여)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착용이 늘면서 명절을 맞아 화장품을 선물하는 경우가 크게 줄었다"며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임대료라도 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장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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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CBS 박요진 기자] trut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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