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도 항공정비 하자" 법안에.. 인천·사천, 새해부터 신경전
항공 MRO 사업 놓고 여야 의원·지역 갈등 고조
업계 "각 지역 강점 살리는 방향으로 논의해야"
항공정비(MRO) 사업을 두고 인천과 경남 사천이 새해에도 날 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천국제공항이 MRO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2017년부터 1500억원읕 투입해 항공정비사업단지를 조성해온 사천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지역 논리로 해결하기보다는 국내 MRO 사업을 육성할 수 있게 이해관계자들의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인천 지역구 의원들은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기존 법안 1조에 ‘세계적인 공항전문기업으로 육성함으로써’라고 나와 있는 부분을 ‘세계적인 공항전문기업으로 육성하고 항공산업 진흥에 필요한 사업을 수행하게 함으로써’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인천공항공사가 할 수 있는 9개 사업에 ‘항공기정비업’도 추가하도록 했다.
법안 발의 배경은 MRO 사업이 매년 성장하는데, 해외로 유출되는 비용이 많으니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항공(003490), 아시아나항공(020560), 한국항공우주(047810)(KAI) 등 민간의 영역이 맡고 있는 MRO 사업을 공적인 영역으로 가져오자는 뜻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MRO 사업은) 글로벌 선도기업이 구축한 기술 장벽이 높고 단단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역 정·재계에선 김 의원의 개정안이 사천을 지역구로 둔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등이 지난달 20일 발의한 동일법 개정안에 대한 ‘맞불’로 해석됐다. 하 의원은 당시 공사가 항공기 정비업을 직접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법안에 추가하자고 했다. 하 의원은 지난해부터 "인천공항공사의 MRO 사업 추진은 국가 균형 발전을 역행하고 공기업이 민간사업 영역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인천과 사천의 ‘MRO 갈등’은 해묵은 문제다. 지난해 6월 윤관석 민주당 의원이 인천공항공사의 사업에 항공기정비업도 추가하자는 내용을 발의하면서 두 지역의 갈등이 시작됐다. 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경남과 사천의 반발로 지난해 9월 장기검토 계속심사 안건으로 보류됐다. 하지만 올해 각 지역구 의원들의 개정안 발의로 2차전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두 지역이 MRO 사업 유치에 적극적인 것은 지역 미래 먹거리로 MRO 사업의 성장성이 기대돼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글로벌 MRO 시장 규모는 약 89조원으로 2028년까지 132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커지는 MRO 시장 규모에 비해 아직 국내 MRO 사업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국내 항공사의 해외 업체 정비 의존도가 높은 점도 MRO 산업 육성의 명분으로 내세우기 충분하다.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항공사들이 정비 비용으로 지출한 2조7600억원 가운데 약 46%(1조2580억원)가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해외로 빠져나갔다.
항공업계에서는 MRO 문제가 지역 논리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접근성 면에선 항공기가 많이 오가는 인천공항이 우수하다"면서도 "MRO 사업의 성장성과 해외 사례를 고려하면 공기업보다는 사기업이 맡는 게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각 지역의 주장에 일장일단이 있는 만큼 정부가 중심을 잡고 마스터플랜을 내놓아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저비용항공사(LCC) 사장을 역임한 관계자는 "국내 MRO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는 비싼 인건비"라며 "시장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역 이해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각자의 지역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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