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러시아 '나발니 구속 갈등', 상호 외교관 추방으로 이어져

러 추방 조처에 독·스웨덴·폴란드도 곧바로 맞대응
EU 내부에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목소리 높아져

러시아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 구속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유럽연합의 갈등이 심해지는 가운데 두쪽이 외교관 추방 조처로 맞서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나발니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러시아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 구속을 둘러싼 유럽연합(EU)과 러시아의 갈등이 외교관 추방 공방으로 이어지며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독일, 스웨덴, 폴란드는 8일(현지시각) 자국 외교관에 대한 러시아의 추방 명령에 맞서 러시아의 외교관 각각 1명씩에 대해 추방 명령을 내렸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 5일 이들 3개국 외교관이 지난달 23일 나발니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했다며 한 나라당 1명씩에 대해 추방 조처를 취했다.

독일 외교부는 이날 베를린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 1명에 대한 추방 조처를 발표했다. 외교부는 성명을 내어 지난 5일 러시아의 추방 대상이 된 자국 외교관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현장에서 사태 보고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라며 러시아의 ‘불법 시위 참여’ 주장을 반박했다. 안 린데 스웨덴 외교장관도 이날 트위터에 쓴 글에서 러시아 외교관 1명 추방 결정을 공개하고 “이는 임무를 수행하던 스웨덴 외교관 추방이라는 용납할 수 없는 결정에 대한 분명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폴란드 외교부는 러시아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자국 외교관에 추방 조처를 취한 건 “근거가 없는 조처”라며 포즈난 주재 러시아 영사관 직원 1명을 추방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외교부는 즉각 반박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교부 대변인은 “3개국의 결정은 부당하고 비우호적인 것이며, 우리가 내정 간섭으로 간주하는 행동의 연장선에 있는 것”라고 비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주요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러시아 정부 소행으로 추정되는 독극물 중독 이후 독일에서 치료를 받고 지난달 17일 귀국했다. 그는 곧바로 체포된 뒤 2014년 금품 불법 취득 혐의로 내려진 유죄 판결의 집행유예 취소로 재수감됐다.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모스크바 등 전국에서 벌어졌으며, 유럽연합 등 서방 각국도 나발니 석방을 촉구했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 대표가 지난 5일 러시아를 방문해 외교 갈등 해결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 대한 제재 요구가 유럽연합 내부에서 강해지고 있다. 유럽 의회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 수송관 ‘노르드 스트림2’의 공사 중단을 결의한 바 있고,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오는 22일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연합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이후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취한 상태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