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능력 검증".. 코카서스에서 주목받은 무인기 잘나가네

안두원 2021. 2. 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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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IAI가 제작한 체공형 무인기 '하롭'의 해상발사형 IAI 제공
[군사AtoZ 시즌2-49] 지난해 9월 말부터 약 6주간 캅카스 지역에 있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전쟁을 치렀다. 분쟁이 잦았던 지역에서 벌어진 이 전쟁은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 카라바흐'라는 땅을 차지하고 나서 끝났다. 아제르바이잔은 이스라엘에서 수입한 자폭형 무인기 '하롭'과 터키에서 수입한 공격무인기 '바이락타르'를 이용해 아르메니아의 방공망과 기갑전력을 목표로 한 공격에 성공했다. 전쟁은 아제르바이잔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정규군이 맞붙었던 수주간의 전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따고 세계 각국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런데 11월 9일 양측이 러시아 중재로 평화협정을 맺은 뒤 약 3개월이 흐른 시점에 이스라엘의 국영 방위산업체 IAI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IAI는 2월 1일자 보도자료에서 자폭형 무인기인 '로템(ROTEM)' 수직이착륙기와 지상 및 해상용 '하롭'을 전 세계 고객 국가에 1억달러(약 1100억원) 규모로 수출했다고 밝혔다. IAI는 해상용 하롭과 육상용 하롭을 별개의 아시아 국가에 수출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IAI의 수출 계약은 아제르바이잔에서 실전 능력이 검증된 데 따른 성과라는 분석이다. IAI는 보도자료에서 명시적으로 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보도자료 제목에 '작전 성공(Operational success)'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내용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군 작전 능력에 인상적인 성과를 더했다"면서 우회적으로 캅카스에서 증명된 능력을 홍보했다.

무기 거래에서 '실전 검증된(combat proven)'이라는 표현은 믿고 살 수 있다는 의미로 통한다. 전투 상황 중에는 수없이 많은 돌출 변수가 생긴다. 이런 악조건하에서도 목표물을 파괴하는 데 성공한 무기체계는 신뢰도에서 큰 점수를 딸 수밖에 없다. IAI가 보도자료에서 강조한 '작전 성공'은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체공형 공격무기(Loitering Munition)의 능력을 잠재적 수요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표현이었고 그 배경에는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쟁에서 드러난 무인기의 효용성이 자리 잡고 있다.

하롭은 하피를 개량해 만든 것으로 '하피 2'라고도 불린다. 하피는 이스라엘에서 개발돼 우리나라가 첫 수출대상 국가였다. 체공형 무인 자폭기 하피는 동부전선의 전방 부대에 실전 배치돼 있다. 체공형 자폭 무인기는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하기 위한 전술 공격기다. 적지 상공에서 배회하다가 적 레이더의 전파를 따라 들어가 타격하는 임무를 띤다. 무인항공기는 체공 시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작전 활용성이 높은 장점도 있다. 전자전에서 물리적 타격을 위해 쓰는 'HARM(레이더 파괴용 공대지 미사일)'이 공중에서 오래 머무는 버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

IAI는 "해상용 하롭은 함정에서 발사돼 함대함 작전과 함대지 작전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IAI에 따르면 '로템'은 세계 첫 수직이착륙(VTOL) 전술 자폭형 무인기로, 정찰용과 공격용이다.

자폭형 무인기 개발은 이스라엘이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인기와 미사일의 조합인 자폭형 무인기는 이스라엘이 중동전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했고 피탐 면적(RCS)을 줄이고 프로펠러 추진을 사용해 대공미사일에 의한 요격 우려를 낮췄다.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쟁은 무인기로 승패가 갈린 전쟁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인기는 미국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무장단체를 상대로 비정규전을 할 때 소규모 공습용이나 정찰용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가장 많았지만 이번에는 양국 정규군이 국지전을 벌이면서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

이미 정찰용 무인기는 다양한 국가에서 자체 제작할 정도로 평준화됐다. 북한도 2014년 이후 조잡한 수준의 무인기를 남쪽으로 날려보내 청와대 상공과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 인근에서 지상 목표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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