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김은경 전 장관 징역 2년 6개월 선고

양은경 기자 2021. 2. 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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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전 비서관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환경부 블랙리스트 1심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법정으로 들어가는 김은경 전 장관./뉴시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사건은 2017년 말~2019년 초 김은경 전 장관과 신미숙 전 균형인사비서관이 전(前)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해 그중 13명에게 사표를 받아내고 이후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들 임명을 위해 6개 기관, 17개 자리의 채용에 불법 개입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5-1부(재판장 김선희)는 이날 김 전 장관뿐만 아니라 신 전 비서관에 대해서도 혐의의 상당 부분을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권 핵심 인사가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돼 수감된 것은 처음이다. 당초 청와대는 “(블랙리스트가 아닌) 통상 업무의 일환으로 진행해 온 체크리스트”라고 했고, 김 전 장관 측도 “국정 철학을 공유한 내정자를 지원할 필요성이 있었고 이전 정부에서도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그 폐해가 매우 심해 타파돼야 할 불법적 관행이 피고인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사표 강요’ ‘채용 비리’와 관련해 기소된 내용 대부분을 사실로 인정했고 상당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김 전 장관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협의해 원하는 사람을 산하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하기 위해 일괄 사표를 받고, 사표 제출을 거부하는 사람을 표적 감사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2007년 이후 이 사건처럼 대대적이고 계획적으로 사표를 받는 관행은 찾아볼 수 없다” 고도 했다.

재판부가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 사이의 공모 관계도 인정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2019년 6월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장이나 상임감사, 이사 등에 대해 잔여 임기나 실적과 관계없이 사표를 받기로 했다. 그 빈자리엔 청와대 혹은 환경부 장관이 추천하는 사람으로 채우기로 협의했다.

이후 김 전 장관은 환경부 공무원들을 시켜 산하 공공기관 임원 13명의 사표를 받아냈다.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김모씨가 사표 제출을 거부하자 표적 감사가 이뤄졌다. 그 지시를 받은 환경부 직원은 김씨에게 전체 근무기간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조사하면서 사표를 내지 않으면 형사고발 하겠다고 압박했다. 결국 김씨는 사표를 냈다.

청와대·환경부 추천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꽂는 과정에선 사기업에서도 보기 어려운 ‘채용 비리’가 저질러졌다. 김 전 장관은 환경부 공무원들을 시켜 내정자들에게만 기관 업무보고나 면접 예상 질문을 주게 했다. 심지어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내정자는 업무계획서 및 자기소개서를 대신 작성해 줬다.

청와대가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로 내정한 박모씨가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자 다른 서류심사 합격자 7명 전원이 불합격 처리되는 일도 벌어졌다. 김 전 장관은 관련 공무원을 질책했고 자신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던 환경부 국장을 다른 자리로 강제 전보시켰다.

재판부는 “오로지 청와대 또는 환경부가 정한 내정자들을 임명하기 위해 내정자들이 공정한 절차를 거쳐 임원이 됐다는 외관을 가장했다”며 “(이는) 공공기관 운영 법률의 취지를 몰각시켰다”고 비판했다. 형식적으로 이뤄진 당시 공모들에는 13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총 17개의 임원추천위원회가 가동됐고 참여한 위원들은 80여 명이 넘었다. 재판부는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지원한 지원자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며 “지원자들에게 유·무형의 경제적 손실과 심한 박탈감을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김 전 장관에 대해 “장관 지시가 없었으면 사표 강요나 표적 감사가 불가능했음에도 ‘환경부 공무원들이 알아서 했다’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중형이 선고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이 재판부는 지난해 말 입시·펀드 비리 혐의 등으로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지난 2018년 청와대 특감반 소속이었던 김태우 전 수사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청와대와 환경부를 겨냥한 이 사건 수사로 당시 서울동부지검의 한찬식 지검장, 권순철 차장검사, 주진우 형사 6부장 등은 승진 탈락 등 인사 불이익을 받게 되자 줄줄이 옷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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