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900척 뱃길 뚫고 먹이 찾기 \'곡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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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니메이션은 칠레 파타고니아 북부 내해에서 1주일 동안 대왕고래(푸른 점)와 각종 선박(붉은 점)이 이동한 궤적을 보여준다.
루이스 베드리냐나-로마노 칠레 아우스트랄대 해양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칠레 집단 대왕고래 15마리에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해 알아낸 고래의 경로와 선박의 항행기록을 비교해 어느 곳에서 얼마나 충돌 위험이 큰지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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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내해 중요한 먹이터에 세계 최대 규모 연어 양식장..충돌 사고 잦아
이 애니메이션은 칠레 파타고니아 북부 내해에서 1주일 동안 대왕고래(푸른 점)와 각종 선박(붉은 점)이 이동한 궤적을 보여준다. 고래와 선박의 충돌 위험이 얼마나 큰지 또 고래의 행동 범위가 선박 운항으로 얼마나 제약받는지 잘 드러난다. 베드리냐나-로마노 외 (2021)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대왕고래는 길이 30m 무게 170t까지 자라는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동물이지만 소형 크릴을 먹고 산다. 입을 90도 각도로 벌리고 전속력으로 헤엄쳐 크릴 떼를 220t의 물과 함께 삼키는 에너지가 많이 드는 사냥을 한다(▶너무 커서 먹고살기 힘든 대왕고래여).
이 때문에 대왕고래는 크릴이 가장 높은 밀도로 생기는 곳에 몰린다. 칠레의 파타고니아 북부 해안이 그런 곳이다. 500∼700마리로 이뤄진 대왕고래 칠레 집단은 해마다 여름이면 새끼를 데리고 굴곡이 심한 피오르 해안의 내해로 집결한다.
이 내해에는 남극에서 온 영양분이 풍부한 찬 바닷물과 파타고니아 고산의 눈과 빙하가 녹아 식물플랑크톤의 양분인 실리카가 많이 녹아있는 담수가 만나 크릴이 폭발적으로 번성한다. 대왕고래는 이곳에 모여들어 3달쯤 배를 채운다.
문제는 이곳에 세계 최대 규모로 연어 양식장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일 수백 척의 선박이 오가기 때문에 움직임이 둔한 거대 고래와 충돌 위험이 큰 상황이다.
루이스 베드리냐나-로마노 칠레 아우스트랄대 해양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칠레 집단 대왕고래 15마리에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해 알아낸 고래의 경로와 선박의 항행기록을 비교해 어느 곳에서 얼마나 충돌 위험이 큰지 알아봤다.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근호와 함께 공개된 애니메이션은 2019년 3월 한 주일 동안 고래와 선박의 이동 경로를 보여준다. 푸른 점으로 표시된 대왕고래는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선박의 붉은 점을 피해 곡예를 하듯 먹이터를 찾는다.
연구자들은 “대왕고래에 가장 중요한 먹이터인 내해에는 매일 연어 양식장 선박 729척이 오가는데 이는 내해의 전체 선박 878척의 83%를 차지한다”며 “이들이 대왕고래와 충돌할 최대 위협 요인”이라고 밝혔다.
대왕고래는 덩치가 커 잠수와 부상하는 속도가 느리며 다가오는 선박을 피해 옆으로 이동하지도 못한다. 선박과의 충돌이 심각한 이유이다. 내해에는 양식장 선박뿐 아니라 다양한 크기의 어선과 화물선 등도 다닌다. 연구자들은 “배와 고래의 동선을 시·공간으로 떼어놓을 대책이 절실하다”고 논문에서 지적했다.
밤중에는 먹이가 바다 표면으로 떠올라 고래도 수면 근처에서 사냥하기 때문에 야간 선박 운항의 규제와 선박의 속도 제한도 필요하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실제로 대왕고래가 선박과 충돌한 사고는 최근 빈발해 2014, 2017, 2020년에 발생했다. 연구자들은 “칠레의 대왕고래가 1.8년에 1마리꼴로 인위적 이유로 죽는다”고 밝혔다.
대왕고래는 전 세계 바다에 분포하며 5개 아종이 있다. 1868~1978년 사이 포경으로 38만 마리 이상이 잡혀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포경이 금지된 뒤 복원 추세이지만 현재 전 세계 개체수는 1만~2만5000마리로 추산된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위기종으로 올라 있다.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1-82220-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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