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영 괜찮다"는 나경원..박영선만 공격하는 오세훈, 왜?

장나래 2021. 2. 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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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후보들의 '4인4색' 메시지 전략

나경원 '강경·비호감' 희석 위해 '나경영' 역이용
오세훈은 '본선용 후보' 부각 위해 나경원 외면
나경원만 때리는 오신환·조은희는 '1등 묻어가기'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시장 선거 본경선 미디어데이에서 오신환(왼쪽부터), 오세훈, 나경원, 조은희 경선후보가 기호추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영(나경원+허경영)’이란 호명에 ‘발끈’했던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돌연 태세를 전환해 “나경영이 돼도 좋다”고 선언했다. 예비경선 2위인 오세훈 예비후보는 당내 경선은 안중에 없다는 듯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영선 예비후보만 연일 공격하고 있다. ‘빅2’에 견줘 인지도가 낮은 오신환·조은희 예비후보는 멀찍이 떨어진 1위 후보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갑작스럽고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캠프 전략가들이 나름의 상황 분석과 그럴듯한 반응 예측에 기초해 내놓은 전략적 선택들이다.

‘비호감’ 희석 위해 차라리 망가지자?

나경원 예비후보는 9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서 ‘1억원대 결혼·출산 지원 공약’이 빚어낸 ‘나경영’ 논란에 대해 “민선 2기가 되면 이자 지원을 더 많이 해 드리고 싶다.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면 ‘나경영’이 돼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 후보는 이어 “지금 공약은 서울시 예산의 100분의 1 정도 쓰는 것이다. 불필요한 예산을 걷어내고 바로 잡으면 더 많은 신혼부부와 청년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쟁 후보가 자신의 공약을 비판하며 붙인 ‘나경영’이라는 희극적 멸칭을 자신의 이미지 쇄신에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그동안의 ‘강경 보수’ 이미지를 희석시키면서도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나경원 후보 입장에서도 ‘나경영’을 내세우는 게 100% 여론조사 경선에서 그동안의 ‘강경 보수’ ‘비호감 엘리트’의 이미지를 희석하는 데 오히려 이득이라고 본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그동안 나 후보가 ‘우클릭’을 주도해온 인물인데, 이에 대한 성찰적 제스처 없이 ‘허경영식 돈키호테 파격 공약’으로만 중도 표심을 얻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동병상련’ 3·4등, ‘우리끼리 싸워 우스워지느니…’

‘빅2’에 견줘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극복해야 하는 후보들은 1위 후보와 강하게 대치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주목도를 높이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나 후보에게 ‘나경영’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주며 ‘나경원 때리기’에 집중하는 오신환 예비후보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날도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출연해 “반값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 자체로도 이미 그 재정 혜택을 한 번 받은 것인데, 왜 또 대출이자까지 중복 혜택을 줘야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저는 그 돈으로 반값 아파트를 더 많이 지어서 더 많은 분들에게 혜택을 나눠주겠다”며 나 후보를 겨냥한 비판을 이어갔다. 오 후보는 한때 ‘오브라더스’로 불릴 정도로 가까웠던 오세훈 후보를 향해서도 “이상 행보를 보인다”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주로 1위로 본경선에 올라온 나 후보를 집요하게 공격하며 대치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나경원 때리기’에 집중하기로는 조은희 예비후보도 뒤지지 않는다. 조 후보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1호 전문가 고문’으로 영입한 나 후보를 향해 “진 전 장관은 성추문으로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박원순 전 시장의 고문으로 활동했다. 또 진 전 장관은 열린우리당 경기지사 후보 당시 최연희 전 의원 성추행 사건에 대해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조 후보는 전날 미디어데이 행사 때도 같은 여성 후보라는 공통점이 있는 나 후보를 향해 “여성 가산점을 받지 말자”고 거듭 제안하기도 했다.

‘2등 오세훈’은 ‘1등 나경원’ 의도적 무시

예비경선에서 여론조사에 강점을 보인 오세훈 후보는 자신이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박영선 민주당 예비후보를 ‘최적의 과녁’으로 삼고 있다. 오 후보는 이날 박 후보의 ‘주 4.5일제’ 공약을 두고 “현실 인식이 참으로 천진난만하다. 4.5일을 일하기는커녕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없어 당장 생계가 걱정인 청년들에게 4.5일제 공약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라고 맹공격했다. 전날도 나 후보를 비판하는 박 후보를 겨냥해 “웃기고도 슬픈 고해성사다. ‘원조 친문’임을 외쳐대는 박 후보가 진정 국가와 정권을 걱정한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해 국가가 마구 돈 퍼주는 일은 그만하자고, 국민이 썩 좋아하지 않으신다고 말해달라”고 비판했다.

여론조사에서 이미 앞서 있다는 판단 아래, 이미 다른 후보들의 ‘나경원 때리기’에 가세하는 것보다는 본선에서 붙게 될 민주당 후보를 공격해 자신의 ‘본선 경쟁력’을 부각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10년 쉬신 분” “스스로 물러난 시장이 다시 표를 구하는 건 명분 없다”고 자신을 공격하는 나 후보와 공방을 벌여봐야 점점 수렁으로 빠질 뿐이라는 계산도 깔려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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