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는 남자에서 여자가 된 사람 아닌가요?"
[경향신문]
트랜스젠더는 누구인가. 지난해 12월 영화 <주노>와 <인셉션>에 출연한 배우 엘리엇 페이지는 자신이 트랜스젠더라고 알리며 앞으로 자신을 가리키는 대명사로는 ‘그(he)’ 혹은 ‘그들(they)’로 써달라고 밝혔다. 국내 매체들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페이지에 대해 “커밍아웃에 이어 성전환을 했다”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자가 됐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보도의 근간이 된 페이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 어디에도 그가 스스로 ‘남성’이라고 밝힌 부분은 없다.
트랜스젠더는 스스로 정체화하고 표현하는 성별이 태어날 때 지정된 성별과 일치하지 않는 모든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다. 남성으로 지정됐지만 스스로 여성으로 인식하는 ‘트랜스여성’, 여성으로 지정받았지만 스스로 남성으로 인식하는 ‘트랜스남성’은 물론, 태어날 때 지정받은 성별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남성과 여성 중 어느 쪽이라고도 생각지 않는 ‘논바이너리’도 포함한다. 즉 엘리엇 페이지는 “나는 트랜스젠더”, 즉 여성이 아니라고 이야기했을 뿐이다. 그는 트랜스남성일 수도, 논바이너리일 수도 있다.
‘여성 혹은 남성이 됐다’는 표현 역시 부적절하다. ‘성전환’이라는 용어도 점차 퇴출되고 있다. 트랜스젠더는 성을 ‘바꾼’ 것이나 특정 성별이 ‘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자신이 정체화한 그 성별이라는 인식에서다. 이 때문에 생식 능력 제거와 외부성기 형성 등을 통해 신체 특징을 자신이 원하는 성별정체성에 맞게 바꾸는 ‘성전환수술’은 ‘성확정수술’과 ‘성별재지정수술’ 등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난 트랜스젠더”라는 말은 “난 법적 성별 정정을 했다”거나 “난 성확정수술(성전환수술)을 받았다”는 의미도 아니다. 논바이너리는 물론, 모든 트랜스여성과 트랜스남성이 외과적 수술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트랜스젠더는 그저 지정성별과 다른, 자신이 원하는 성별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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