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투척·백선엽 안내판 논란..'친일'시비에 잠못드는 호국영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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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행적을 두고 친일시비가 일었던 인사들의 국립묘지 안장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국립대전현충원이 최근 관련 단체들의 반발 때문에 고 백선엽 장군(예비역 육군 대장) 묘역 안내판을 철거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국가보훈처 등에 따르면 대전현충원은 작년 7월 안장 당시부터 경내 장군 제2묘역에 백 장관 묘소 위치를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해두고 있었으나, 이달 5일 이를 돌연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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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엔 '오물투척' 사건도.."제재수단 마련 필요" 지적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생전 행적을 두고 친일시비가 일었던 인사들의 국립묘지 안장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국립대전현충원이 최근 관련 단체들의 반발 때문에 고 백선엽 장군(예비역 육군 대장) 묘역 안내판을 철거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국가보훈처 등에 따르면 대전현충원은 작년 7월 안장 당시부터 경내 장군 제2묘역에 백 장관 묘소 위치를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해두고 있었으나, 이달 5일 이를 돌연 철거했다.
이에 대해 보훈처는 해당 안내판은 "백 장군 묘소 위치를 확인하고자 하는 민원과 방문객이 많아 임시로 설치했던 것으로서 최근 방문객이 줄어듦에 따라 철거를 예정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일각에선 이 안내판 철거에 앞서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회원 20여명이 현충원 경내에서 해당 안내판 설치에 항의하며 백 장군의 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여는 등 소란을 빚자 결국 안내판을 철거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집회 뒤 항의 방문에서 현충원 관계자로부터 "오늘(5일) 중 안내판을 철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구소는 '일제 잔재 청산'을 목표로 1991년 출범한 역사연구단체로서 그간 친일인명사전 편찬 등의 활동을 해왔으며,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 당시에도 반대 운동을 벌였다.
이 연구소를 비롯한 관련 단체 회원들은 지난 2019년 6월엔 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있는 김창룡 전 특무대장, 김석범 전 해병대 제2사령관 등의 묘역에 오물을 뿌리며 "반민족·반민주 행위자들의 묘를 즉시 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김창룡은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고, 김석범은 일제강점기 간도특설대에서 활동하며 항일조직을 소탕하는 데 앞장섰다는 등의 이유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2009년 발표한 친일인사 명단에 올라 있다.
현충원 측은 2년 전 '오물 투척' 사건 당시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이 문제로 처벌은 받은 사람은 없었다.
이번에 묘역 안내판 철거 논란이 불거진 백 장군의 경우 국군 최초 4성 장군을 지낸 창군 원로로서 군에선 6·25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한 '전쟁영웅'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미국 정부도 지난해 백 장군 타계 소식에 "한미동맹을 위해 큰 역할을 했다"(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며 고인을 추모했다.
그러나 백 장군 역시 일제 때 간도특설대에서 활동했다는 이력 때문에 생전부터 친일인사란 비난을 받아왔다. 대전현충원 홈페이지에도 그가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로부터 '친일반민족행위자' 결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명시돼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국립묘지에 안장돼 있는 친일인사를 이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립묘지법' 개정 논의가 진행돼 여야 정파 간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국방부는 "고인의 공적과 현행 법령을 고려한다면 현충원 안장은 타당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보훈처에 따르면 작년 7월15일 백 장군 안장 뒤 같은 달 31일까지 그의 묘역을 찾은 사람은 하루 평균 148명에 이르렀으나, 8~10월엔 하루 43~49명, 그리고 작년 12월~올 1월 두 달 간은 13~16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국립묘지 내에서 시위가 발생할 경우 담당자가 경고하고 정도가 심할 땐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제재수단이 없어 따로 벌칙규정 마련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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