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종 참고래 12.6m 골격 내년 중 "시민 공개"
제주 해상에서 16년 만에 발견된 12.6m 길이의 참고래 골격이 이르면 내년 10월쯤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은 9일 2억원을 투입해 '참고래 골격 표본 제작 및 설치 용역'을 발주하고 올해 상반기 내에 표본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밍크고래'로 판단해 팔려나갈 뻔한 멸종위기종 참고래
매립된 참고래 사체는 2019년 12월 제주시 한림항 북서쪽 40km 해상에서 여수선적 어선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제주해경은 유통이 가능한 밍크고래로 추정했다. 불법 포획 흔적도 없어 고래유통증명서를 발급하겠다고 해 어민들 사이에선 "선장이 로또에 당첨됐다"는 말이 나돌았다.
하지만 DNA 분석 결과 참고래로 확인되면서 공동 연구가 진행됐다. 참고래는 해양보전관리법상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돼 가공이나 유통·보관 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주대와 세계자연기금(WWF), 서울대와 인하대, 한양대, 충남대 연구진 등이 부검에 참여했고 해양 생태계 오염과 바이러스, 세균과 기생충 감염 여부 등을 연구하기 위해 시료를 채취했다.
남은 살점과 장기 등 폐기물은 전남 장흥에 있는 의료폐기물 전문 소각장으로 옮겨져 폐기됐다. 당시 발생한 폐기물량만 9,947kg에 달한다. 처리 비용으로만 2,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남은 고래 뼈는 표본 제작을 위해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부지로 옮겨졌다.
1년 넘게 잠자던 참고래 뼈…모습 드러낸다
골격 표본을 만들기 위해서는 뼈에 붙은 근육과 지방을 제거해야 한다. 박물관 측은 지하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비닐을 깐 뒤 모래 15톤을 투입해 참고래 뼈를 매립했다.
고창식 민속자연사박물관 해양수산연구사는 "고래는 뼛속에 지방질이 많기 때문에 매립을 통해 지방을 빼내야 한다"며 "발골과 매립 비용에도 추가로 2,000만원 상당의 예산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고 연구사는 "표본 제작 업체가 선정되면 매립된 골격을 빼내 수차례 탈지와 표백과정을 거치고, 이후 조립 과정을 거쳐 표본이 제작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만 16~18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제주지역에는 전문 표본 업체가 없기 때문에 매립된 골격은 다른 지역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고 연구사는 이르면 내년 10월쯤 박물관에 참고래 골격을 전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 해상에서 16년 만에 발견된 대형고래
제주에서 대형 고래 사체가 발견된 건 지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여름 태풍 ‘송다’가 제주를 강타한 뒤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 가문동 해안에 길이 14m에 달하는 브라이드고래 사체가 발견됐다. 우리나라 해안에 처음으로 좌초된 브라이드고래 사체였다.
하지만 살점이 다 떨어졌을 만큼 부패 정도가 심해 고래 생태에 관한 자세한 연구는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연구팀은 사체를 모래에 매장한 뒤 근육을 제거하고, 두 차례에 걸친 지방질 제거 작업 등을 통해 골격 표본을 제작했다. 표본은 현재 제주시 민속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고 연구사는 "이번 참고래 표본 제작은 국립수산과학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라며 "교육과 사료로써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생명의 소중함과 환경오염의 심각성 담아 전시 예정"
지난해 이뤄진 공동부검에서 연구진은 참고래 소화기관에서 낚싯줄과 플라스틱 가닥, 어망 조각, 스티로폼 입자 등 53개의 플라스틱 입자를 검출하고 분석해 논문을 발표했다. 관련 논문은 해양환경분야 학술지 MPB(Marine Pollution Bulletin)에 등재됐다.
이 연구는 동아시아 연안 바다에서 수염고래 종이 플라스틱을 섭취한 사례를 밝힌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되기도 했다.
현재 보고된 바에 따르면 참고래의 최대 길이는 27m, 무게는 113톤에 달한다. 매립된 참고래는 길이는 12.6m로 이제 막 젖을 뗀 새끼로 추정되고 있다.
고 연구사는 "매립된 참고래는 어미와 떨어진 뒤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단순한 전시가 아닌, 생명의 소중함과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담아 스토리텔링이 있는 전시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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