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입김 벗어난 현대車그룹.. 지배구조 개편 급물살 타나
지분보유 목적 단순투자로 변경
내달 현대오토에버 중심 3사합병
정의선 회장 지배력 더 강화될 듯
4개 순환출자 고리 단절 기대도
[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국민연금이 현대자동차 등 일부 계열사에 대한 투자목적을 '단순투자'로 변경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가깝게는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 중기적으로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기관투자가의 입김이 완화돼 부담을 덜었다는 평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현대차, 기아, 현대제철에 대한 지분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들은 작년 2월부터 경영권과 무관한 주식 보유목적을 일반투자와 단순투자로 구분해 공시해야 한다. 일반투자의 경우 지배구조 관련 사안을 비롯해 배당정책, 임원 보수한도, 정관변경 등에 대한 주주활동이 가능하다.
국민연금은 작년 2월 현대차를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지분 목적을 '일반투자'로 분류해 왔다. 재계에서는 오는 3월 열리는 주총에서 일반투자로 분류된 기업들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등 지분보유 목적이 '단순투자'로 재분류돼 당장 주총을 앞두고 부담을 덜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작년 코로나19 및 대규모 충당금 반영 여파로 배당규모를 축소했다는 점, 임기 만료 사외이사가 다수 존재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있었다.
재계에서는 특히 이번 국민연금의 투자목적 변경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가 붙을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10월 정의선 회장이 취임한 이후 12월 현대오토에버를 중심으로 한 계열사 재편에 나섰는데, 재계에서는 이를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앞서 정 회장은 작년 취임 후 첫 공식 행사를 가진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한 뒤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고민 중"이라고 언급했다.
정 회장의 현대오토에버 지분율은 9.57%로 현대글로비스(23.29%) 다음으로 높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3월 주총에서 현대오토에버를 중심으로 한 현대오트론-엠엔소프트의 합병이 확정돼 정 회장의 지배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박정원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기업으로 적극적 주주가치 제고 전략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현재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등 4개로 지배구조 개편시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사업 재편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지만 엘리엇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에 나서는 대신 최종 의결권 여부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전문위원회에 넘겼지만 이후 현대모비스가 주주총회 개최를 취소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중단됐다.
현재는 현대오토에버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계열사 합병을 추진하는 데다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에 정 회장이 20%를 출자했다는 점에서 상황이 달라졌다.
다만 국민연금이 여전히 지배구조의 중심에 놓인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분 목적은 '일반 투자'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수는 남아 있다. 또 소프트웨어 계열사 합병이나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는 이전부터 보여 온 모빌리티 전환 작업의 일환인 만큼 지배구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에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투자목적 변경은 지배구조나 경영 활동 등에서 자율성이 한층 보장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현대차의 경우 이전부터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해 왔고 계열사 재편 및 인수합병(M&A) 등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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