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프로세스' 다시 총대 멘 정의용..美中日 외교 난제 산적
바이든 정부, 대북 정책 전반 검토..조율 관건
강제징용.위안부 판결 등 한일 갈등 해결 난제
외시 5기 '대선배' 귀환에 기강 잡기 관측도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외교 수장에 취임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새로 들어선 바이든 행정부와 대북 정책 조율을 통해 북미 대화 재개를 꾀하는 것은 물론 한미 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불과 1년3개월 밖에 남지 않은 데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구상하는 단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전 행정부에 이어 미중 갈등이 지속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 대중 외교를 지혜롭게 풀어가는 것도 당면 과제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위안부 판결 등으로 꼬인 한일 갈등의 매듭을 어떻게 풀지도 주목된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선택이 아닌 가야만 하는 길"
정 장관은 취임 후 북미 대화 재개를 통해 실질적 비핵화 진전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외교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북미, 남북 대화는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2년 가까이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임기 말에 다시 한 번 한미 조율을 통해 북미 대화 재개에 힘을 실겠다는 포석이다.
정 장관은 9일 취임사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실현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제시했다.
정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돼 3년 2개월간 한미 현안을 협의·조율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행을 위한 북미협상, 한반도 비핵화 등 주요 정책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2018년 3월, 9월에는 서훈 국가정보원장(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대북특사단으로 파견돼 남북 정상회담을 사전 조율하는 등 남북, 북미 관계 진전을 이끌었다.
하지만 여건은 녹록치 않다. 북한은 미국을 향해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제시하며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달 당대회에서 신형 전술·전략무기를 잇따라 공개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윤곽은 아직 윤곽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대북 정책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며 "미 동맹국과 협력해 추가 제재하거나 불특정 외교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정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에 고위급을 비롯한 한미 소통과 정책 조율을 통해 2018년 북미 정상이 합의한 싱가포르 선언의 성과를 이어갈 수 있도록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의 근간, 한미 동맹 발전시켜야"…한일 갈등 해결 숙제
정 장관은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첫 통화에서 '한미 동맹의 업그레이드'를 약속한 만큼 향후 한미 동맹 강화 방안도 적극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장관은 이날 "우리 외교적 근간인 한미동맹을 보다 건전하고, 호혜적이며, 포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당면 현안은 물론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보건, 안보, 기후변화 등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대립각을 세우고 이는 미중 갈등 상황은 쉽지 않은 도전 과제다. 미국이 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를 추진하면서 한국을 향한 동참 요구가 제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사이에 선택지가 좁아지는 상황이지만 전략적 외교를 통해 한국의 외교의 공간을 넓혀가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정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우리의 국가 이익을 위해서 미중 모두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인 만큼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면서 동반자'로서 분야별·사안별로 원칙과 국익을 분명히 지키면서 전략적 공간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대중 관계 발전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삼각 동맹을 강조하고 있는가운데 한일 갈등의 매듭을 푸는 것도 주요 과제다.
한국과 일본은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 수출 규제,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등 각종 현안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스가 내각 출범 이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힘을 쏟고 있지만 일본은 '한국 정부가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책임을 떠넘겨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 후보자는 역사 문제와 경제 현안을 별개로 접근하는 '투 트랙' 해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일본은 가까운 이웃이며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의 평화 안정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며 "현안은 있지만 외교적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해결의 지혜를 모색하면서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시 출신의 정통 외교관인 정 장관이 20여년 만에 친정에 복귀하면서 외교부 혁신은 물론 기강 잡기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외시 5회로 1972년 외무부에 입부해 주미대사관 공사와 주이스라엘대사관 대사, 통상교섭조정관, 주제네바대표부 대사 등을 지냈다.
정 장관은 취임사에서 외교부 초년 시절을 언급하며 고(故) 박동진 장관이 말했던 '외교관은 총 없는 전사'라는 사명 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장관은 "강경화 전 장관이 시작한 외교부 혁신 과정은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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