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머리채 잡아끌고, 쿠션으로 후려치고… 이곳은 지옥”
지난해 11월 인천 서구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 CCTV 화면 속에 분홍색 내복을 입은 A양(당시 만 4세)이 방 가운데 서 있었다. 키는 1m 남짓, 몸무게는 20㎏이 안 되는 작은 체구다. 자폐 증상이 있어서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다. 곁에 서 있던 담임 여교사 B씨가 아이 몸집보다 큰 대형 쿠션을 공중에 휘두르더니 A양 얼굴 부분을 강타했다. 교사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뒤로 나동그라진 A양에게 달려들어 마구 눌러댔다.
또 다른 화면에서는 낮잠을 안 자겠다며 방구석으로 가는 A양을 B씨가 학대하는 장면이 나왔다. B씨는 순식간에 A양의 머리채를 낚아채 질질 끌고 가거나 방바닥에 밀쳤다.
◇자폐 4세 여자아이, 25일간 148건 집중 학대
지난해 11~12월 A양이 이 어린이집에 등원한 날은 총 25일. A양 엄마 이모(43)씨는 “당시 상황을 녹화한 CCTV 영상에는 아이를 학대하는 장면이 총 148건 나온다”고 말했다. 가해 행위 90% 이상이 A양 담임교사인 특수교사 B씨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엄마 이씨는 8일 “자폐 증상이 있어 ‘장애통합반’이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1년 넘게 찾아다니다 지난해 6월 겨우 등원시켰다”며 “우리가 모르고 지나친 학대가 얼마나 더 있을지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 엄마 이씨는 “영상을 보고 B교사가 아이 머리칼을 묶어준 것이 머리채를 끌고 다니기 위해서란 걸 알았다”며 “아팠던 기억이 지워지길 바라는 마음에 아이 머리카락을 단발로 잘라줬다”고 했다. A양은 지금도 다른 사람이 얼굴이나 머리 쪽을 만지지도 못하게 한다고 했다.
◇학대하면서 웃고 즐겨 “분노에 치를 떨었다”
B씨를 포함해 이 어린이집 보육교사 6명이 장애 아동 5명 등 10명의 아동을 학대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피해 부모들은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공개하며 가해 교사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피해 아동에 대한 치료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피해 아동 학부모 5명은 이날 오전 인천 서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CTV에 찍힌 영상을 토대로 자녀들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이들은 “약 2개월간 확인된 CCTV 영상 속에서 교사 6명이 저지른 학대 사실 268건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피해 아동의 부모 C씨는 “(보육교사들이) 아이를 돌봐야 할 점심시간에 같이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 먹었다”며 “아이들은 매트 위에 모여 앉아서 노트북의 동영상을 바라보도록 방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학대를 하면서 웃고 즐기는 교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분노에 치를 떨었다”는 엄마도 있었다.
자폐 아동 부모 D씨(29)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학대가 자행된 이곳이 바로 지옥”이라며 “아무 거리낌 없이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교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인간이 아니구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모 E씨는 “두 돌이 채 되지 않은 아이를 기저귀와 걸레로 수시로 때리고, 입과 코를 손으로 막은 채 괴로움에 발버둥 치게 했으며, 깜깜한 이불장에 가둬 공포에 사로잡히게 했다”고 했다. 책상에 올려둔 커피를 쏟았다가 걸레로 얼굴을 맞은 아이도 있었다고 했다.
◇”믿고 맡긴 국공립 어린이집이 지옥”
피해 아동 부모들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믿고 맡겼는데, 배신당했다”며 “관리 감독 기관인 인천 서구청은 어린이집 원장 탓만 하고 책임 미루기에 급급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사건이 불거진 뒤에도 서구청은 어린이집 원장을 여전히 출근시키는 등 후속 대응과 피해 가정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이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이달 초 ‘정말 교사답지 못한 행동을 했다. 죄송하다' ‘죄스러운 마음 속죄하며 살겠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피해 아동 부모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천 서구 국공립 아동 학대 사건 구속 수사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날 오후 현재 2100여 명이 동의했다. 인천 서부서 관계자는 “보육교사 6명 전원이 직간접적으로 아동 학대 행위에 가담했다”며 “어린이집 원장까지 총 7명에 대해 구속 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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