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상징, 로고 바꾸는 기업들
모바일·디지털 시대 맞아 2D로
같은 모양에 다양한 색상 적용도
LG그룹은 8일 기존 LG로고를 토대로 만든 확장된 브랜드 디자인을 발표했다. LG로고는 빨간색 원형 그림과 ‘LG’라는 기업명으로 단순하게 구성됐는데 이번엔 ‘L’과 ‘G’ 형태의 디자인을 각각 화면 좌측 상단과 우측 하단에 배치한 뒤 가운데에는 영상이나 제품 이미지를 넣을 수 있게 했다. 새 디자인의 색상도 10가지로 늘었다.
기업들의 로고가 바뀌고 있다. 지난 1년간 기아, GM, 인텔, 닛산, BMW, 버거킹, 교촌, 맘스터치 등이 회사 로고를 바꿨고 LG, SK는 디자인을 보강했다. 로고 변경은 쉽지 않다. 사옥 간판부터 제품 라벨, 명함, 유니폼 교체까지 비용과 시간이 든다. 소비자들의 반발도 있고, 인지도의 일부도 포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왜 로고를 바꿨을까.
업종은 달라도 이유는 같다. 소비자와 시장의 요구에 맞춰 과감하게 과거와 단절해야 할 때가 왔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친환경, 전기차 등 새로운 분야에 진출해야 하고, 외식업은 코로나 사태를 맞아 사업 다각화가 급해졌다.
◇車 업계, 친환경·전동화 강조하려고 단순하게
자동차 회사들의 기존 로고는 음영과 그러데이션을 넣어 입체감을 강조한 3D(3차원) 디자인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부분 90년대 말이나 2000년대 초반에 만든 로고다. BMW, GM, 닛산은 모두 3D 로고를 썼다가 작년 2D의 평면적인 형태로 바꿨다. 기아와 현대자동차의 로고·CI(corporate identity·기업 이미지 통합)를 디자인했던 CDR의 김성천 대표는 “20년 전, 자동차 회사들은 밀레니엄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고, 오프라인에서 입체감을 구현하려 디지털 느낌이 많이 나는 3D 로고를 선호했다. 지금은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매체, 특히 모바일에 로고를 적용하려면 심플한 2D 로고를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단순하고 가벼워진 로고 디자인은 자동차 회사들의 친환경과 전동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기아는 사명에서 ‘모터스’를 빼버리고 타원형의 엠블럼 로고에서 필기체의 ‘KIA’ 알파벳이 연결된 서명 같은 로고로 바꿨다. 엠블럼 로고는 자동차 회사들이 무게와 힘을 드러내기 위해 썼던 방식으로 벤츠가 대표적인 예이다.
제너럴모터스(GM)도 로고 바탕을 파란색에서 흰색으로, 로고 알파벳은 소문자로 바꿨다. ‘m’ 아래에만 밑줄을 그은 것은 전기차의 플러그 모양을 상징하는 것으로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GM의 사업 계획과도 잘 맞는다. BMW는 로고의 검은색 띠 부분을 투명하게 바꾸면서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 로고는 앞으로 나올 전기차에 적용되고, 내연기관차는 기존 로고를 사용한다.
◇버거킹은 왜 로고 교체를 알게 모르게?
LG와 SK가 로고에 변화를 준 이유는 오프라인에 비중을 뒀던 홍보와 마케팅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으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SK그룹은 기존 빨간색과 주황색으로 구성된 공식 로고 ‘행복날개’의 색상을 녹색·파란색·보라색·검은색 등 10가지로 확대했다. 현재 공식 로고는 ‘SK’와 나비 날개 모양 도안으로 구성돼 있지만, 앞으로는 사명을 뺀 날개 모양의 디자인도 온라인상에서 폭넓게 활용할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디지털 환경에서 보다 친근하고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게 제작했다”고 말했다.
버거킹의 새 로고는 기존 로고에서 파란색을 빼고 더 햄버거 모양에 가깝게 만들었다. 90년대부터 쓰던 기존 로고는 패스트 푸드의 ‘속도’를 강조하기 위해 파란색을 넣었는데, 유기농과 ‘슬로우 푸드’를 강조하는 식품업계의 변화에 따라 이를 바꿨다. 로고 교체를 대대적으로 알리는 기업과 달리, 버거킹은 국내에서 ‘알게 모르게’ 로고를 바꾸고 있다. 광고와 음식 포장지의 로고는 바뀌었지만, 아직 매장 외관엔 변화가 없다. 외식 컨설턴트 업계는 “지난 20여 년간 버거킹 로고가 국내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로고를 변경하긴 어려울 것이다”라고 했다.
지난 1년 새 국내 치킨 브랜드의 로고 변화가 유독 많았다. 교촌은 지난달 흘려 쓴 듯한 로고 서체를 고딕체로 바꾸고 로고에 있던 닭 볏도 없앴다. 맘스터치도 지난해 로고에서 ‘엄마’를 상징하는 빨간색 앞치마와 ‘치킨 앤드 버거’란 문구를 없애고, 삐뚤게 쓴 글씨도 반듯하게 바꿨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창균 칼럼] 직무정지된 대통령 꼭 끌어내서 수사해야 하나
- 스코틀랜드 외딴섬에서 위스키 만드는 유일한 한국인을 만나다 [김지호의 위스키디아]
- [경제포커스] 국민연금까지 흠집 낸 계엄령
- [기자의 시각] 국토부의 부적절한 ‘가이드 라인’
- [윤희영의 News English] 미루는 습관 떨쳐버리는 ‘3분 규칙’
- [한은형의 느낌의 세계] 괴로울 때면 ‘전쟁과 평화’
- [2030 플라자] 왜 재난 사고들은 서로 닮아 있을까
-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90] what if our real destination was each other?
- [이한우의 간신열전] [268] 누가 죽음을 입에 올리는가
- “코로 사람 내던져” 인도 종교축제서 코끼리 난동…20여명 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