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침묵 속 판사들 "쏘리, 한마디 하고 발 뻗고 주무셨나"

이희진 2021. 2. 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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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정치권을 신경쓰며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한 사실이 드러나고 거짓말까지 한 데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 임 부장판사에 대한 1심이 끝났지만 항소심과 대법원 판단이 남아있었다"며 "법관 탄핵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져 왔으니 당시 (김 대법원장이) 사표를 수리했다면 그게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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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거취 압박 거세져
"법원 대표하는 분이 법원 욕보여"
정치적 중립 위반·거짓말 논란에
법원 내부 게시판 '金 비판글' 쇄도
金 퇴진 거부할 땐 '사법파동' 조짐
6차례 파동 중 2번 수장이 옷 벗어
"임판사 재판 중 사표 안돼" 의견도
김명수 대법원장이 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출근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에서 출근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 차를 향해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남제현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정치권을 신경쓰며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한 사실이 드러나고 거짓말까지 한 데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법원 안팎에서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고 신뢰를 추락시킨 책임을 물어 김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 대법원장은 나흘째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법관들 사이에서도 김 대법원장의 처신에 부글부글 끓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7차 사법파동’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김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법원 내부에서는 김 대법원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과 거짓말 논란에 비판적인 기류가 우세하다. 판사들의 익명 커뮤니티인 ‘이판사판’에는 “법원을 대표하는 분이 법원을 욕보이고 계신다. 사퇴하십시오. 그 정도 양심은 기대합니다”라거나 “저는 새벽에 잠이 벌떡 깨고 아침부터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대법원장님은 ‘쏘리’ 한마디 하고 발 뻗고 주무셨습니까”라는 등의 김 대법원장을 비판하는 글과 지지하는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을 옹호하는 글은 잘 안 보인다.

이런 기류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경우 판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지는 사법파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장 8명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일선 판사들에 이어 법조계 원로들까지 사법부 수장으로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자격을 상실했다고 보고 있다”며 “(김 대법원장이) 사퇴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려고 한다면 더 큰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 역시 “사퇴까지 이어질진 지켜봐야겠지만 대법원장의 해명이 없다면 일각에서 나오는 퇴진론도 피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며 “이대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기 힘든 사안인 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헌정 사상 여섯 차례 있었던 사법파동에서는 두 명의 대법원장이 옷을 벗었다. 1988년 2월 발생한 2차 사법파동은 소장판사 335명이 사법부 수뇌부 개편을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노태우정부는 전두환 시절 사법부 주축으로 활동했던 김용철 대법원장을 재임명하려 했다. 판사들의 성명 발표로 김용철 대법원장은 사퇴했다.

1993년 3차 사법파동 때도 김덕주 당시 대법원장이 옷을 벗었다. 김영삼정부가 들어선 뒤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 판사 40여명은 “사법부의 자기반성 없이는 진정한 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며 성명서를 발표했고, 그 결과 김덕주 대법원장이 물러났다.

이번 사태 역시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여 김 대법원장이 거취 등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이 사퇴까지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임 부장판사가 사표를 제출했을 당시 재판이 진행 중이었기에 사표를 수리했다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 임 부장판사에 대한 1심이 끝났지만 항소심과 대법원 판단이 남아있었다”며 “법관 탄핵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져 왔으니 당시 (김 대법원장이) 사표를 수리했다면 그게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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