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가 달라졌네? 객실마다 동력분산, 제로백 45초
지난달 5일 중앙선(청량리~안동)에서 상업운행을 시작한 국내 최초 동력분산식(EMU, Electric Multiple Unit) 고속열차 ‘KTX-이음’이다. 현대로템 등이 100%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했다. KTX-이음의 시운전과 제작 현장을 살펴봤다.
탑승한 열차는 KTX-이음 510호기. 2016년 현대로템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수주한 19개 편성(1편성은 열차 1대) 중 10번째다. 현재 상업운행 중인 건 5개 편성으로 연말까지 모두 납품될 예정이다. 기자는 납품 전 경부·호남고속선은 물론 경부·경전선을 주행하며 성능을 점검하는 시운전에 동행했다. 오송~동대구는 최고 시속 230㎞, 동대구~마산은 최고 시속 150㎞로 달렸다.
열차에 올랐을 때 처음 눈에 띈 건 맨 앞과 맨 끝 칸에 지하철처럼 운전실이 객실과 같은 칸에 있는 모습이었다. KTX와 KTX-산천, SRT 등 기존 고속열차는 열차 양 끝의 ‘동력 칸’이 전체 열차를 끌어주는 동력집중식인 반면 KTX-이음은 동력발생이 모든 칸의 하부에 나뉘어 있는 동력분산식이다. 별도의 동력칸을 둘 필요가 없어 효율적이다. KTX-이음의 개발 전 과정에 참여한 김성태 현대로템 책임매니저는 “KTX-이음은 KTX-산천보다 25% 승객 수송을 늘릴 수 있고, 승객 1사람당 소비 전력량은 20% 줄일 수 있어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열차”라고 소개했다. 별도의 동력차가 필요 없으니 철도 승강장 규모 또한 동력집중식 열차보다 작게 만들어 철도사업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열차가 움직일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우수한 가감속 성능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제로백은 KTX-산천보다 17초 짧은 45초다. 1편성 당 8량일 경우 1만2220마력을 낸다. 10량 편성인 KTX-산천보다 430마력을 더 낼 수 있다. 빠른 가감속 때문에 역 사이 간격이 짧은 한국에서 주행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열차 내부는 17년간 KTX 상업운행 노하우를 적용해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 여객기처럼 좌석마다 별도의 창문과 차양막(블라인드)을 갖췄고, 스마트폰 무선충전기와 220V 콘센트도 설치했다. 레그룸(다리 공간)은 앉아서 스트레칭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했다.
이미 2010년 KTX-산천을 상용화하며 시속 250㎞ 이상의 고속열차 보유국이 된 한국이 KTX-이음 개발에 나선 건 EMU 방식이 세계 고속열차의 75%를 차지하는 대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미국, 중동, 동남아시아 등에서 고속철도 사업이 추진 중인 가운데 EMU 고속열차의 국내 상업운행 경험을 쌓아야 일본(신칸센), 중국(CRH) 등 앞서서 EMU 고속열차를 상용화한 국가와 경쟁할 수 있다.
KTX-이음은 경남 창원시 현대로템 공장에서 제작된다. 철도차량은 주문자마다 원하는 방식이 다 달라 사양도 천차만별이다. 창원공장에는 코레일 납품을 앞둔 시속 320㎞ EMU 고속열차도 한창 제작 중이었다. KTX-이음과 같은 규격으로 개발된 8량 열차다. 내구연한 30년을 앞둔 KTX를 대체하고, 신규 고속철도 운행에 쓰일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비롯한 해외 광역철도 차량도 EMU 방식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관련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염규철 현대로템 품질사업부장(상무)은 “과거 프랑스 알스톰에서 고속열차 기술을 어깨너머로 배웠던 한국이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EMU 고속열차 독자기술 보유국이 됐다”며 “친환경과 경제성을 앞세워 세계 고속철도 시장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文정부 환경부 블랙리스트’ 김은경 징역 2년6개월 법정구속
- 헌팅포차 사태에 뿔난 시민들…“방문객 재난지원금 회수”
- 이언주 “접대부 불러 술판” vs 우상호 “21년 전 일…사과했다”
- 사망 서울시 공무원 “유명 예능 출연자 맞다”
- 경찰 남편 사망 후 숨진 아내도 공무원…“사이좋은 부부”
- 오랜만에 고향 간 60대 산에서 길잃어 실종…이틀만에 구조
- 대낮에 차량 습격…러시아인 추정 4명 무차별 폭행 (영상)
- 유은혜 “조국 딸 감사 못한 이유는 검찰 탓…정유라 때와 다르다”
- 숨진 10살 욕조서 물고문 당했다…이모부부 “말 안 들어서”
- 홍준표 “설날 민심 막으려 가족 못 모이게 해…정치 방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