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낙연의 '복지 논쟁' 확전..이낙연 측 박광온 "소득보장은 충분조건 아냐"
[경향신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복지 논쟁’이 확전하고 있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놓고 이 대표가 “알래스카에서만 빼고는 하는 곳이 없다”고 직격하자 이 지사가 반박에 나섰고, 뒤이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이 대표 측근인 박광온 민주당 사무총장까지 설전에 가세하면서다.
‘친문(재인)계’ 핵심이자 이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박광온 사무총장은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소득보장은 기본적인 생계에 필요하지만,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위한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며 “직업훈련과 교육을 통해 인적자본을 강화하는 정책이 소득보장과 연결돼야 한다”고 했다. 이 지사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을 통한 소득보장 정책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신복지제도 구상인 ‘국민생활 2030’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박 사무총장은 “복지 시스템의 기본 골격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구상”이라며 “소득뿐 아니라 교육·돌봄·의료·주거·문화·환경 등 삶의 전반적 영역에서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하는 삶의 기준을 제시하고 실천하자는 우리 사회의 비전”이라고 했다.
이날 이 지사는 자신의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 이 대표가 “알래스카 빼고 하는 곳이 없다”고 비판하고,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구상에서 성공리에 운영한 나라가 없다”고 지적하자 이날 SNS 글을 통해 반박에 나섰다.
이 지사는 “외국에서 성공한 일이 없고, 실현 불가능하다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분들이 있다”며 “인간의 문제는 인간이 해결할 수 있고, 필요한 정책이라면 외국에 선례가 없다며 지레 겁먹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길을 찾아내는 정치인의 일”이라고 했다. 이어 “기본소득은 복지확대나 작은 정부지향이라는 정치적 이유보다, 4차산업 혁명에 따른 일자리 종말과 과도한 초과이윤, 가계소득과 소비 수요 감소에 따른 구조적 저성장과 경기침체를 방지하고 자본주의체제 유지와 시장경제의 지속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적 억지나 폄훼가 아닌 상식과 합리성에 기초한 건설적인 논쟁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그러자 대선 잠룡으로 분류되는 임종석 전 실장까지 오랜만에 논쟁에 가세했다. 임 전 실장은 SNS에 글을 올려 “이 지사가 중장기 목표로 제시하는 월 5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약 317조의 예산이 소요된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증세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알래스카 외에는 하는 곳이 없고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는 표현이 뭐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닌데 (이 지사가) 화를 많이 냈다”고 비판했다.
여권의 대선 주자들과 그의 측근들까지 복지 논쟁에 참전하면서 여권은 벌써부터 대선 의제 싸움이 확전하고 있는 분위기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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