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기대감 안 따라주는 구리값
[경향신문]
실물경기 선행지표 삼는 원자재
지난해 9개월 이상 상승세 타다
올 초 고점 찍고 한 달째 약보합
중 수요 위축에 달러 강세 영향
실물경기의 선행지표로 ‘닥터 코퍼(구리 박사)’라는 별칭이 따라 붙는 원자재 ‘구리’의 가격이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지난해 3월 말부터 줄곧 상승세를 보였던 구리 가격이 올 초 고점을 찍은 이후 한 달 가까이 약보합권에서 지루한 횡보를 이어가고 있다.
8일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5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구리(동) 현물 가격은 톤당 7936.5달러로, 일일 기준 연중 최고점인 지난달 8일 8146달러 대비 2.6% 하락했다. 5일 가격도 지난해 평균가에 비해 28.4% 높은 수준인 데다 하락 폭이 크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강세’ 전망이 대부분이었던 구리 시장이 한 달 동안 줄곧 하락과 보합을 반복하면서, 지난해 3월 말 이후 9개월 이상 이어지던 상승세가 꺾였다는 점이다.
구리는 원유나 금에 비해 지정학·정치적 영향이 적은 데다 제조업의 거의 전 분야에 쓰이는 원자재여서 향후 경기를 예측해 볼 수 있는 지표로 손꼽힌다. ‘닥터 코퍼’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웬만한 경제학 박사보다 향후 경기 상황을 더 잘 예측한다는 의미에서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약 8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던 구리 가격이 최근 한 달 사이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구리값 조정세는 실물과 금융이 모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조기에 코로나19를 극복해 글로벌 ‘성장 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활동이 일시적으로 둔화됐다는 점과 미국 달러화의 강세 전환 신호가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다.
중국 경제·금융매체 차이신(財新)은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1.5로 집계됐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경기확장 국면을 의미하는 50 이상이긴 하지만,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다. 지난달 중국 북부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재확산한 코로나19의 여파로 보이지만, 11일부터 시작하는 춘제(중국의 설) 연휴 때문에 당분간 구리 수요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금·은·구리 등 실물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미 달러화도 올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올 들어 약 1.3% 올랐다. 연초 108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도 최근 1120원선을 회복했다. 미국의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는 데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슈퍼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달러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구리 공급이 넉넉하고 중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장기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여서 4분기에는 톤당 6500달러까지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시티그룹은 “코로나19 이후 가전제품 수요 증가 추세가 몇 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며 “연말에는 구리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대세 상승을 전망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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