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임금 안 줘도 실형은 4%..벌금은 체불액의 1/10
[앵커]
밀린 임금, 끝까지 안주고 버티는 사업자는 어느 정도 처벌을 받을까요?
KBS가 지난해 임금체불 사건 1심 판결문 천2백여 건을 전수 분석했는데요.
실형을 받은 경우는 4%에 불과했고, 벌금형을 받아도 그 액수는 체불 임금의 10%에 불과했습니다.
박민철 기자입니다.
[리포트]
30대 조 모 씨는 지난해 5월, 서울의 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가 한 달 치 월급 120만 원을 떼였습니다.
곧 주겠다는 사장의 약속은 두 달 넘게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사건은 지방노동청으로 넘어갔습니다.
[조○○/임금체불 피해자/음성변조 : "계속 주겠다고 얘기를 하고 더 이상 안 주니까 제가 노동청에 신고를 했죠. 노동청은 '신고를 먼저 하신 분들이 있고, 다섯 분 정도 계시는데 일단 기다려 봐야 한다'.."]
재판에 넘겨진 사장이 법원에서 받은 처벌은 벌금형.
이후 사장은 조 씨에게 50만 원만 주고는 지금까지 버티고 있습니다.
['임금체불' 식당 사장/음성변조 : "신고가 된 상황에서는 사건이 넘어가기 때문에 제가 근로자와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요. 그것에 대해서 벌금형도 받았고."]
이처럼 임금체불을 하고, 심지어 처벌을 받아도 사업주들이 버티는 이유는 뭘까?
KBS는 노무법인 '노동과인권'과 함께 지난해 대법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임금체불 사건 1심 판결문 1,247건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1심 재판에서 사업주에게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45건, 전체의 4%에 그쳤습니다.
세 건 가운데 한 건은 집행유예였고, 절반 이상이 벌금형이었습니다.
그나마 평균 벌금 액수는 2백만 원가량, 벌금형이 선고된 사건의 평균 임금 체불액 천5백만 원에 비하면 13%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사업주가 임금을 얼마나 많이 떼먹든 벌금은 대부분 수백만 원 수준에 그치다 보니, 체불액이 많을수록 체불액 대비 벌금 비율은 오히려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판부가 밝힌 양형 이유도 분석해봤습니다.
피해 노동자가 국가로부터 긴급히 구제받는 '체당금' 제도를 이용하는걸 '피해가 회복된 것'으로 간주하고 사업주 처벌을 깎아주는 근거로 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임금체불 전과 13범에게 '벌금형을 넘는 전력은 없다'는 걸 감형 사유로 제시한 판결도 확인됩니다.
[박성우/노무법인 '노동과인권' 대표노무사 : "'대한민국은 월급을 제때 줄 필요가 없는 나라다' 그게 확인되는 것 같습니다. (판사들이) 노동자의 생존권이 달린 노동법적 문제라기보다는, 경제 사범 같은 경제적 관점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나마 임금체불로 재판까지 가는 건 20%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당장의 생계를 위해 떼인 임금 중 일부만이라도 받고 사업주와 합의해주기 때문입니다.
KBS 뉴스 박민철입니다.
촬영기자:권준용 김형준/그래픽:채상우
박민철 기자 (mcpar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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