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체불하고 28번 조사 불응..합의만 하면 처벌은 없다
[앵커]
어린 아이가 빨간 동그라미를 그려놓은 통닭 먹는 날,
바로 엄마아빠의 월급날입니다.
손꼽아 이날을 기다리는 건. 어린이 뿐이 아닙니다.
한 달을 꼬박 일한 노동자와 그 가족에겐, 선물같은 행복한 날이 되겠죠
지난해 KBS는 <일하다 죽지 않게> 연중기획으로 노동자가 죽지않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번엔 노동자가 겪는 또 다른 절박한 문제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일한 대가를 늦게 받거나. 아예 떼이는 "임금체불 문젭니다"
노동을 한 대가는 물론 참아낸 대가, 견뎌낸 대가가 모두 담긴 이 월급,
제때 주지 않는 걸 두고 미국에선 아예 "임금 절도" 라고 표현합니다.
명백한 범죄란 건데, 우리 현실은 어떨까요?
연간 30만 명.
우리나라 임금체불 피해자 숩니다.
금액으론 1조 6천억원에 달하고 OECD 국가들 가운데 최고 수준입니다.
왜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인지.
오늘(8일)부터 사흘간 연속해서 실태와 대안을 짚어봅니다.
먼저, 돈이 있는데도 임금을 주지 않는 이른바 악덕 체불사례를 고발합니다.
송락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5월부터 석 달 동안 부동산 임대 관리 회사에서 근무한 이 모 씨, 월급 750만 원을 지금까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금을 곧 주겠다던 사업주의 약속은 반년 넘게 지켜지지 않았고,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까지 몰린 이 씨는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임금체불 피해 직원/음성변조 : "기자님 뛰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일하는 게... 일을 잘하면 다행인데 못하면 또 욕을 먹어야 하는 거고..."]
밀린 임금보다도 더 참기 힘든 건 계속되는 거짓말이었다고 합니다.
['임금 체불' 사업주/지난해 8월 통화/음성변조 : "제가 화요일까지 다 정리할게요. 대신 조건, 이거 내가 드리면 들어오세요. 할 일이 태산 같아요 지금."]
같은 회사에서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진정을 넣은 직원은 6명, 체불 액수만 천만 원이 넘습니다.
[김○○/임금체불 피해 직원/음성변조 : "참을 인 세 번이면 뭐 나라를 구한다, 이런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두 번까지는 어떻게 되지만, 이게 벌써 6개월이라 그러면 이건 거짓말인 거예요."]
월급을 반년 넘게 주지 않은 사업주가 대표이사로 있는 또 다른 회사 앞입니다.
임금을 왜 주지 않는지 직접 찾아가 물어보겠습니다.
투자금이 회수가 안 돼 형편이 어렵다던 사업주는 새 회사를 차려놓고 버젓이 운영 중입니다.
[임대관리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 자리에 안 계시는데… 어떤 일로? 대표님이 외부 일정 때문에 오늘은 좀 그렇고 나중에…."]
노동청 조사를 수차례 연기했다 결국 뒤늦게 출석한 사업주를 가까스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임금 체불' 사업주/음성변조 : "(직원들한테 왜 월급을 안 주시는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죠? 궁금하네요. 이런 걸로 취재를 나온다는 게…."]
사업주는 2주 안에 밀린 월급을 지급하겠다고 취재진에 말했지만, 이 약속 역시 결국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전주의 태양광 분양업체, 이곳 사장은 직원들 월급 1억 7천만 원을 체불했습니다.
무려 28차례나 관할 노동청의 출석 요구를 응하지 않다 체포됐는데, 구속된 뒤에야 부랴부랴 밀린 임금을 지급하고 풀려났습니다.
[태양광 분양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오늘 안 나오셨어요 대표님이?) 예. (혹시 그럼 언제쯤?) 외부로 출장 가셨어요."]
임금체불은 '반의사불벌죄'라 상습적으로 체불하더라도 뒤늦게 돈을 지급하고 노동자와 합의하면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차은아/고용노동부 전주지청 근로감독관 : "(사업주는) 2008년도 때부터 상습적으로 체불한 사업주입니다. 그동안 82건 정도 사건이 들어왔고 그 죄질이 아주 나쁘다…."]
지난 3년간 고용노동부가 상습 임금 체불을 이유로 실명을 공개한 사업주는 884명에 이릅니다.
KBS 뉴스 송락규입니다.
촬영기자:권준용 허수곤/그래픽:김지훈 김지혜
송락규 기자 (rock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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