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철군 연기론'에 고민 깊어진 바이든

김윤나영 기자 2021. 2. 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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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성요셉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눈을 맞으며 이동하고 있다. 윌밍턴 |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탈레반에 5월까지 약속…철수 땐 “내전 발발” 전망
‘주둔 지속’ 입장인 나토와 내주 국방장관회의서 의견 조율
잔류하려면 미국인 76% ‘철군’ 여론 벽·탈레반 반발 넘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 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아프간 반군 조직인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에서 오는 5월까지 모두 철군하기로 했다. 미국 내에선 2001년 이래 최장기 해외 전쟁인 아프간전에 대한 피로가 쌓여 철군 지지 여론도 높다. 그러나 지금 철군하면 아프간 내전 발발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평가가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연 취임 첫 외교정책 연설에서 트럼프 정부가 단행한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아프간에서의 철군 여부가 “바이든 대통령이 직면한 가장 괴로운 외교정책 결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프간전은 미국이 해외에서 가장 길게 치른 전쟁이다. 2001년 10월 미국은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라덴을 비호한 책임을 물어 아프간을 침공했다. 집권 탈레반 정부를 끌어내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탈레반의 불복으로 20년 가까운 전쟁이 이어졌다.

이에 해외 미군 감축을 내건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2월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평화협상을 주선하면서 탈레반에 미군 철수를 약속했다. 탈레반은 알카에다 등 미국이 지정한 테러단체 지원을 중단하고, 미군은 5월1일까지 아프간에서 완전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양측 합의에 따라 아프간 주둔 미군은 1만2000명에서 조금씩 줄어 현재 2500명만 남았다.

문제는 미군이 완전 철수하기에 아직 여건이 미비하다는 평가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평화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알자지라방송은 4일 “평화협상에 진전이 있기 전에 미군이 철수하면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 간 군사적 균형점이 무너지고, 탈레반은 협상 대신 무력으로 권력을 잡으려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초당적 의원 모임인 미 의회 아프간연구그룹(ASG)도 지난 3일 아프간 안보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5월1일로 예정된 미군 철수를 미뤄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아프간에서 내전 발발 가능성이 높고, 불안감이 커져 알카에다의 위협까지 되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미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은 지난 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 교전, 테러 등으로 인한 아프간 민간인 사상자가 2586명이었다고 밝혔다.

아프간 철군의 분기점은 오는 17~18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방장관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5일 아프간 철군에 대해 유럽 동맹들과 긴밀하게 협의해 입장을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나토군이 5월 이후에도 아프간에 계속 체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외교 복원을 내건 바이든 정부가 나토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바이든 정부가 잔류를 택하려면 국내외 여러 벽을 넘어야 한다. 먼저 미국인들의 전쟁 피로감을 넘어야 한다. 지난해 8월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76%가 아프간 철군을 지지할 정도로 철군 여론이 높다. 더힐은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을 떠나야 할 때라고 말하는 민주당원들과도 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탈레반이 미국의 약속 파기를 이유로 평화협상을 중단할 수도 있다. 탈레반은 지난 1일 성명에서 “외국군이 5월 이후에도 머무르면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경고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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