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노출 땐 깨지는 '기업 간 빅딜'
사내 극소수 담당자만 관여
위반 시 보상금 등 물을 수도
[경향신문]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애플카’ 논의가 비밀이 유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단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대기업의 ‘빅딜’에서 비밀유지의 중요성에 관심이 쏠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이나 합작 등의 협상에서 성사 전까지 비밀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많다. 진행 중인 협상에 ‘한쪽에 유리하다, 불리하다’는 등의 말이 나오면 실제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회사 구성원이 동요하고, 공시 전에 알려질 경우 주주들의 반발도 살 수 있다. 또 협상이 결렬됐을 때도 불필요한 잡음이 나오게 된다.
기업들은 비밀유지를 위해 논의에 앞서 가장 먼저 비밀유지계약서(NDA·Non Disclosure Agreement)를 체결한다. 사내에서도 소수의 사람만 알고, 협상 대상을 가능한 한 좁혀서 접근한다.
일례로 2014년 11월 삼성과 한화그룹이 방산과 석유화학 부문을 주고받은 2조원대 빅딜은 시장과 구성원들에게 큰 파장을 낳았지만 발표 직전까지 내부 구성원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협상 진행자들과 보고 라인 등 손에 꼽을 정도의 사람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달 LG전자가 캐나다의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와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을 세운다고 발표할 때도 직전까지 비밀이 유지됐다. LG전자는 주관사도 한곳만 접촉했고, 협상 대상도 마그나로 콕 찍어 만났기 때문에 말이 새어나가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워런 버핏이 2013년 식품업체 하인즈를 인수할 때는 실무 담당자들이 하인즈의 본사인 미국 피츠버그를 방문하지 않고, 사명도 피츠버그의 아이스하키팀 마스코트인 ‘펭귄’으로 부르는 등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다.
협상이 사전에 알려지면서 무산된 사례도 있다. 풍력발전타워 생산 세계 1위인 씨에스윈드는 2015년 독일의 풍력타워업체 암바우를 인수하려 했는데, 암바우가 매각 주관사를 통해 ‘한국 언론에 의해 사전에 딜 진행 과정이 노출돼 협상을 중단한다’고 통보하면서 성사되지 않았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때부터 강력한 ‘비밀주의’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배우자한테도 회사 얘기를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협력사에는 업계 최고 수준의 비밀을 요구한다. 지난달 미 CNBC 보도에 따르면 애플에 사파이어 글라스를 공급했던 GT어드밴스가 2014년 파산하면서 공개된 비밀유지 협약엔 ‘협약을 어기면 건당 5000만달러(약 550억원)를 애플에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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