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3조 날아갔다, 현대차의 깨져버린 애플몽

류정 기자 2021. 2. 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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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 "애플과 협의 없다" 공시
현대차 주가 6.2%, 기아 15% 급락

현대차·기아가 애플과의 전기차 공동 개발 가능성이 제기된 지 한 달 만인 8일 “애플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는 부인 공시를 하면서 지난 한 달간 현대차그룹을 달궜던 ‘애플카' 이슈가 결국 ‘애플몽(夢)’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현대차 주가는 6.2%, 기아 주가는 15% 급락했다. 지난 한 달간 현대차와 애플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것일까.

/그래픽=김성규

◇한 달간 무슨 일이 있었나

현대차는 한 달 전만 해도 애플과 협업 가능성을 인정했다. 지난달 8일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공동 개발을 위해 현대차와 손을 잡을 것이란 보도에 대해 “다수 기업으로부터 협업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한 것이다. 그러나 한 달만에 현대차는 “애플과 자율주행차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를 수정했다. 이 때문에 지난 한 달간 애플과 현대차 관계가 틀어진 사실이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지난 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는 애플과 현대차의 협상이 잠정 중단됐다면서 “지난달 현대차가 협상 중임을 인정하는 초기 발표를 했고 이에 애플이 화가 났다”고 보도했다. 엄격한 비밀주의를 요구하는 애플이 현대차의 대응에 불만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대차와 애플의 협상이 중단된 주요 이유가 아닐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협상 사실이 알려지기 전부터 현대차 내부에선 애플과의 협업에 반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고, 이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 고급화를 추구하는 현대차가 애플이 디자인을 주도하는 차를 위탁 생산해주는 것이 과연 회사에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동생' 브랜드인 기아가 위탁 생산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결국 협상이 중단되면서 업계에선 자동차와 IT 업계의 ‘자존심 끝판왕'인 두 업체가 결국 손을 잡는데 실패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종적으로는 위탁 생산 물량이나 일정 수익률 보장 등 협상 조건이 맞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주식시장에선 현대차와 기아의 이날 공시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두 회사는 “애플과 자율주행 차량 개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는데, 이에 대해 “자율주행차라고만 했지 전기차라고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업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 같은 이유로 기아 주식을 추격 매수하겠다는 네티즌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현대차가 이 같은 수준의 말장난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더 지배적이다.

다만 이날 공시가 협상의 ‘전면 중단'을 의미하는 것인지, ‘잠정 중단'을 뜻하는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애플 입장에서 전기차 개발을 위해 협업할 수 있는 완성차 업체가 그리 많지 않은 데다, 현대차그룹이 최선의 선택지였기 때문에 우선 협상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한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술이 있는 업체는 폴크스바겐·GM 정도이고 이들이 위탁 생산에 우호적일지 의문”이라며 “애플이 다른 업체를 찾아 나서겠지만, 기아와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각종 ‘설'이 흔든 주가... 50% 이상 반납

지난 한 달간 ‘애플몽'으로 현대차그룹 주가는 요동쳤다. 지난달 8일 첫 보도와 공시가 나온 뒤 현대차 주가는 하루 만에 19.4% 상승했고, 지난달 19일엔 “애플카는 기아가 맡는다”는 뉴스로 기아 주가가 16.6% 올랐다. 지난 3~4일엔 “애플이 기아 미국 공장 등에 4조원을 투자한다”는 국내 보도와 “애플과 기아의 계약이 임박했다”는 외신 보도(CNBC)까지 나오면서 지난 5일 기아 주가는 애플카 보도 전(1월 17일) 대비 42% 오른 최고점(10만1500원)을 찍었다.

지난 한 달간 개인이 매수한 현대차그룹 주식은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개인들의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는 ‘애플카’ 소식 이후 급등했던 상승분의 각각 25%, 51%를 이날 하루 만에 반납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확인되지 않은 뉴스와 소문에 기댄 투자가 얼마나 허망한지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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