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아닌 'N차 신상' 열풍..소유에서 사용으로
<앵커>
요즘 소비자들에게 중고 제품은 더는 남이 쓰던 낡은 상품을 뜻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손을 몇 번 거쳤다고 해도, 나한테는 새 상품이라는 의미에서 중고품 대신 N 차 신상이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돈을 아끼려고 중고 물건 찾던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건데, 시장이 커지면서 이제는 기업들까지 뛰어들고 있습니다.
안서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30대 주부 김은아 씨는 자녀들에게 중고 물품을 사줍니다.
부쩍부쩍 크는 아이들의 특성을 감안하면 훨씬 경제적입니다.
[김은아/주부 : 도서 같은 경우는 짧게 읽고 되파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런 물건들을 좀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으니까]
품질도 예전 낡은 중고품과는 다르고, 무엇보다 선배 엄마들에게 이미 한 번 검증된 육아용품들이기도 합니다.
소비 기준이 '소유'에서 '사용'으로 바뀌고 있는 겁니다.
중고 마켓에는 누가 살까 싶은 물건들이 나옵니다.
휴지 1천 원, 샴푸 샘플 500원, 쓰던 립스틱 1천 원.
예전에는 무심코 버리던 소소한 물건들을 쉽게 온라인 중고 마켓에 올려 사고파는 겁니다.
코로나 시대, 제법 짭짤한 짠테크입니다.
['짠테크' 사례자 : 2천 원씩 팔면 그래도 5개 넘게 구매를 하셔야 1만 원이 넘잖아요. 1만 원 넘게 하시면 제가 (배송비) 무료로 보내드리고.]
지역에 따라 수확하고 남은 농산물이나 수산물도 등장합니다.
[송은지/제주도 거주 : 귤 같은 것도 많이 올라오고, 감귤나무 묘목 같은 것도 올라오고. 고등어, 조기, 한치 이런 것도 올라와요.]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희소 제품, 흔히 한정판이라 불리는 운동화나 가방, 옷 등에 웃돈을 붙여 되파는 경우가 있습니다.
[박상훈/한정판 운동화 수집 : 어떤 신발은 정가가 11만 9천 원 했던 금액이 프리미엄이 붙고, 붙고 수요가 많아지면서 120~130만 원까지도 올라가고요.]
'리셀'이라고 부르는 판매 행위인데 수요가 점차 커지자 최근에는 네이버와 롯데 등 기업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요즘 가장 유명한 지역 기반 중고거래 앱은 일일 사용자 수가 약 327만 명으로, N 차 신상 열풍을 보여줍니다.
특히 최근에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전체 쇼핑 앱 분야에서는 내로라하는 유통회사들을 넘어 나스닥 상장을 노리는 쿠팡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거래합니다.
재능 같은 무형 자산이 매물로 올라옵니다.
이재은 씨는 '반려동물 대충 그려드립니다'라는 문구를 올린 뒤 50명 가까운 사람들의 요청을 받았습니다.
무료 재능 기부였는데 감사 인사가 이어졌습니다.
[이재은/디자이너 : 순전히 기쁨을 드리고 싶어서, 잠시나마 기쁨을 드리고 싶어서 재능기부 목적으로 올렸던 거예요]
'2백 원에 고양이 관상을 봐 드립니다'라는 글을 중고마켓에 올렸던 김현아 씨는 예상치 못한 폭발적인 반응에 아예 무료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김현아/대학생 : 2백 원 정도면 내가 고양이 집사로서 돈 안 아깝게 관상을 볼 수 있겠구나, 즐겁게. 수익 창출이 목적이라기보다는 고양이 사진을 많이 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죠]
대부분 중고 거래가 좁은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놀이터가 되고, 사랑방이 되고, 생활 플랫폼이 되기도 하는 겁니다.
[최지혜/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 대면 접촉이 줄어들다 보니까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서 (사람들이) 궁금한 것 같아요. 그런 플랫폼들이 의사소통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살고 있구나' 위로도 받으시고.]
그렇다고 늘 유쾌한 경험만 있는 건 아닙니다.
[성희롱 피해 사례자 : 혹시 돈을 줄 테니 만날 수 있느냐, 몸매가 너무 예쁘다. 특정 부위 사진 요청이나 성희롱 같은 채팅이 많이 오는 편이에요.]
성희롱, 성매매, 사기 사건, 심지어 살해 청탁도 있습니다.
[살해 청탁 글 목격한 사례 : 혹시나 그 당시에 걱정이 돼서 댓글로도 힘내라고 응원 차 글을 썼고…….]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불법 게시물이나 모조품, 각종 범죄자들을 걸러내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한 안전한 거래 환경 조성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김용우, 영상편집 : 박기덕, VJ : 김초아·정한욱, 작가 : 김유미·이지율,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안서현 기자as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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