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를 걷는 자, 서울을 얻는다
안철수, 반사이익에 선전
[경향신문]
중도층은 정치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권자들이다. 중도층이 스윙보터로 호명되는 이유다. 여야가 혁신 경쟁을 벌일 때는 중도층이 설 자리가 없었다. 반대로 여야의 진영 대결이 심화할 땐 중도층은 양측을 배제하거나 심판하는 쪽을 선택한다. 2013년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새누리당이 통합진보당 해산, 국정교과서 파문 등으로 우편향하고 민주통합당이 진보 강화론으로 대립한 뒤 치러졌던 2016년 총선이 대표적이다. 중도층은 양당에서 이탈해 제3당인 국민의당에 힘을 실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중도층 변수가 커지고 있다. 당초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처럼 여야 각축전이 예상됐던 것과 달라진 흐름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는 중도층 영향력을 보여준다.
우선 21대 총선 이후 유지됐던 야당 심판론이 여당 심판론으로 옮아가고 있다. 8일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중도·무당층의 과반이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4~6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800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서울 지역의 정권 심판론은 약 10개월 만에 15%포인트 상승했다. 5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2월 첫째 주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은 내년 대선에서 정권 유지(36%)보다 정권 교체(51%)로 기울었다(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도층은 지난해 11월까지 양론이 팽팽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기존 ‘진보+중도 연합 대 보수’ 구도가 ‘진보 대 야당+중도 연합’ 구도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권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었던 20대가 냉소적으로 돌아섰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적극 투표 의향을 물은 결과, 20대는 47.2%(전체 72.8%)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지난 대선과 견주면 20대의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의지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20대의 무당층 비율이 44%로 가장 높았다.
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선전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서울시장 적합도에서 중도층은 안 대표(19.3%)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19.8%)을 고르게 지지했다. 안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선 우세한 편이고, 여야 후보와 겨룰 때도 백중세였다. 다만 중도층의 선택은 ‘개인 안철수’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이길 수 있는 후보 안철수’에 대한 지지라는 점에서 아직 유동적이다. 안 대표가 경쟁력이 없다고 최종 판단하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
정 전문위원은 “중도층의 야권 단일화 지지율이 50%를 넘는데도 국민의힘은 정권 심판론을 결집할 역량이 부족하고, 여당도 강한 후보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권은 위기 요인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판사 탄핵,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는 ‘추미애 시즌 2’라는 후폭풍으로 닥칠 기세다.
구혜영 선임기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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