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면역 목표 흔드는 '변이 바이러스'
남아공 “변이 예방 효과 낮아”
아스트라제네카 사용 보류
방역당국, 상반기 접종 촉각
11월 집단면역 형성에 ‘비상등’
전문가 “국내 유입 차단해야”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도 점차 확산하면서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올해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는 방역당국의 목표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상반기 접종 물량의 상당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아스트라제네카사의 코로나19 백신이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 예방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방역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의 해외유입 차단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8일 3건의 영국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추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이후 현재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 감염은 총 54건으로 늘었다.
이 와중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들의 경증·중등증 발현을 막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접종효과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이날 방대본 브리핑에서 “남아공 변이주에 기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중화항체 방어능력이 낮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국내에 도입될 모든 백신이 접종자가 중증으로 가는 것은 어느 정도 잘 막아내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백신을 접종받으면 바이러스가 공격해도 최소한 ‘아프지는 않게 하겠다’ 생각하면 된다. 변이주와 상관없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전략”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 54건 중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는 9건이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가 지역사회로 유입되면 필요한 집단면역 수준이 높아지고, 접종 전 대규모 유행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변이 바이러스 국내 유입을 적극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도 변이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방대본은 모든 아프리카 입국자로부터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출받고, 입국 후 임시생활시설에서 PCR 검사를 받게 하는 등 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규 확진자 90%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로 추산되는 남아공은 7일(현지시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알아낼 때까지 백신 사용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시험을 이끈 샤비르 마디 비트바테르스란트대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대응의 초점을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확보보다 취약한 집단 보호 쪽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형국·이효상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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