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답신 한 달.."간호사들은 '격리 지침'도 못 지킵니다"

이창준 기자 2021. 2. 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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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보라매병원 코로나 인력난 호소 편지 후
파견인력 5명 외 충원자 더 없어
확진자 밀접 접촉한 간호사 6명
2주 격리 원칙에도 업무에 투입

서울 시립보라매병원에서 지난 6일 간호사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반 병동에서 일하던 이 간호사는 돌보던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검사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환자와 밀접 접촉한 간호사는 8명이지만 병원 측이 확진 판정을 받은 간호사, 이 간호사와 함께 일했으나 음성 판정을 받은 간호사만 격리 조치했을 뿐 음성 판정을 받은 나머지 6명의 간호사는 격리조치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 음성 판정을 받더라도 2주간 격리하는 게 원칙이지만 간호 인력이 부족한 탓에 병원 측이 이들을 격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라매병원 간호사가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코로나19 환자를 돌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공개 편지(경향신문 1월13일자 1면 보도)를 띄운 뒤 파견 간호사 5명이 충원됐지만 이 정도로는 심각한 인력난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8일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에 따르면 보라매병원에선 지난 6일 최초 확진자 1명을 포함한 환자 4명, 간호사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어 7일 환자 1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28일 코로나19 검사 음성 판정을 받고 31일 일반병실에 입원한 환자가 5일 발열증세를 보여 검사를 실시한 결과 6일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환자와 동선이 겹친 환자와 간호사를 상대로 전수검사를 실시한 결과 환자 4명, 간호사 1명이 추가 확진돼 총 6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검사 결과 최초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간호사 6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음성 판정 후 2주간 격리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이들에 대해서는 격리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병원 내 간호 인력이 부족한 탓에 대체 인력이 없어 이들을 격리조치 못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보라매병원 간호사 A씨는 “(이번에 확진자가 발생한) 8층 병동은 50명이 넘는 환자를 격리해야 하고 간호사 수도 그만큼 많다”며 “확진자에게 노출된 직원들 모두가 업무에서 배제될 경우 그 빈자리를 채울 간호사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경오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조직국장은 “인력난 때문에 자가격리 지침을 지키지 않는 것 아니냐”고 했다.

보라매병원 간호사 안세영씨는 지난달 13일 경향신문을 통해 “K방역 신화는 현장에서 매일 무너지고 있다”며 일선 현장에서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호소했다.

이에 정 총리는 지난달 14일 “코로나19 간호 인력 파견 요청에 적극 지원하고, 인력 충원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총리 답장 한 달 뒤 “바뀐 게 없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파견 간호사 5명을 늘린 게 전부라는 것이다.

병원 측은 간호사들에 대한 역학조사와 격리조치를 충실히 했다는 입장이다.

보라매병원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며 “환자와 의료인에 대해 빠짐없이 역학조사를 마쳤고 그 결과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직원들은 직무제한통보를 내렸다”고 밝혔다. 간호 인력 증원과 관련해선 “서울시에서 가이드라인을 수정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서 추가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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