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 '야들아~ 오지 마라' 했던 경북 의성..이번엔 아들·딸이 "못 가서 죄송해요"
추석에 화제된 부모의 영상편지
설 앞두고 출향민들에 답신 요청
“엄마,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해”
영상 300건·문자 700건 보내와
“엄마 혼자 많이 적적할 텐데 속상하네. 다시 만날 때까지 밥 잘 챙겨먹고 아프지 말고….”
지난해 추석 자녀들에게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게 조심하라며 ‘야들아~ 오지 마라’라는 영상편지를 공개했던 경북 의성군 어르신들이 이번 설에는 거꾸로 영상답신을 받는다. 편지를 보내는 이는 바뀌었지만, 가족이나 지인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만은 같다.
설을 앞두고 의성군 단촌면에서 홀로 지내는 어머니 김계화씨(83)에게 영상으로 안부를 전한 딸은 고향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영상편지로 대신했다. 김씨의 딸은 “자주 만나고 싶어 (어머니 집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왔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자주 못 만나 아쉽다”면서 “그래도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상황이 빨리 좋아질 거니까, 그때 꼭 찾아갈게”라고 말했다.
의성군은 코로나19로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 설까지 고향 방문 자제가 이어지자 의성에 가족이나 지인을 둔 이들에게 영상편지를 받기로 했다. 군은 지난달 15일부터 지자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등을 통해 출향민에게 ‘고향 방문을 자제하고, 안부 영상편지를 보내달라’는 공지 글을 올렸다. 이에 지금까지 지역민 앞으로 도착한 영상편지가 300여건, 문자메시지는 700여건에 달한다.
서울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권도연씨도 부모님에게 영상편지를 보냈다. 그는 “농사일과 코로나로 인해 많이 힘드셨을 부모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 장가갈 만큼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며 웃어 보였다.
국외에서도 응원편지가 왔다. 의성군 점곡면에 살다 2년여 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김정훈씨(32)는 “올 초 한국에 들어가서 얼굴을 뵙고 인사드리고 싶었지만, 코로나19로 (항공표가) 다 취소돼 부득이 영상으로 인사드린다”며 “올해는 다 잘 풀릴 거고 꼭 일상으로 돌아갈 거라고 믿는다”고 부모님에게 안부를 전했다.
2006년 베트남을 떠나 의성에 정착한 딘티 타오(37)의 부모는 딸과 사위에게 보낸 영상편지에서 “한국에서 코로나19로 일상과 경제가 많이 힘들지? 올해는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우리 사돈과 딸, 사위의 건강과 행복을 빌고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이 다 이뤄지면 좋겠다”고 했다.
영상편지를 받아든 어르신들은 “마카다 집에 가마이 있어래이(모두 집에 가만히 있어라)” “보고 싶지만 어쩌겠냐… 그래도 건강한 게 최고지” 등으로 화답했다고 의성군은 전했다.
의성지역 1인 가구 중 만 65세 이상은 7708명(지난해 8월 기준)으로, 이 중 올해 설에 자녀 등의 고향 방문이 예정되지 않은 이는 1000여명이다. 의성지역 노인맞춤 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 145명은 설연휴까지 홀로 지내게 될 어르신 1000여명의 집을 직접 찾는다. 이들은 떡과 과일, 고기산적, 부침개 등 명절 음식을 어르신들에게 전하고 자녀들과의 영상통화를 연결해 가족의 정을 나눌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이번 설 명절에도 그리운 얼굴들을 직접 만나기는 힘들겠지만, 많은 분이 안부영상을 보며 용기를 내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셨으면 한다”며 “어르신들이 자녀의 빈자리를 최대한 느끼지 않고 설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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