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원을 못 내..PC방인데 인터넷이 끊겼어요"
[경향신문]
“손님들에 팔지 못한 라면은
유통기한 임박해 직접 먹어”
방역당국 “상황 안정 우선”
손님이 모두 떠난 8일 0시 서울 강서구 한 PC방이 기자회견장으로 변신했다. PC방 컴퓨터들 위로 “근거없는 21시 영업시간제한 폐지하고 손실보상 실시하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정부가 정한 오후 9시까지 영업을 마치고 이곳에 모인 자영업자 50여명은 ‘생존권을 보장하라’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컴퓨터 사이사이에 섰다.
코로나19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자비대위)는 이곳에서 ‘방역기준 불복 개점시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의 ‘수도권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 유지 조치에 반발해 각지에서 모인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며 영업시간 제한 폐지와 손실보상 소급적용 등을 요구했다.
이날 만난 안모씨(41)는 “살려고 (여기에) 왔다. 정부에서 최소한 버틸 수 있게는 해줘야 하는데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가 운영하는 PC방은 최근 요금을 제때 내지 못해 인터넷이 끊긴 상태라고 했다. 컴퓨터 78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한 달에 인터넷 요금으로만 80만원을 내야 한다. 손님에게 팔기 위해 들여놓은 라면은 유통기한이 가까워져 안씨가 직접 먹고 있다. 그는 “정부의 재난지원금 200만원은 월세 400만원을 내기에도 부족하다”며 “인터넷 요금은 또 어딘가에서 빌려서 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모씨(47)는 “PC방 피크타임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2~3시까지다.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으로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며 “더 이상 빚을 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기홍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 대표는 “영업정지와 규제를 당하면서 많은 사장님들이 신용불량자가 됐다”며 “영업손실 보상을 소급적용해달라는 것은 이득을 보겠다는 게 아니라 그동안 발생한 빚을 조금이나마 갚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비대위는 9일 0시에는 서울 서대문구 코인노래방에서 회견을 열었다. 10일 0시에는 서울 서초구 호프집에서 같은 취지의 회견을 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반발하시는 분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고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지금 수도권 상황을 안정화시키지 못하면 (코로나19 확진자가) 언제든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내재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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