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M] '선별이냐 보편이냐'..4차 재난지원금 선택은?
[뉴스데스크] ◀ 앵커 ▶
정부와 정치권이 약속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앞두고, 이걸 어떻게, 얼마나 지급할 것인지 논란이 되고 있죠.
오늘 집중취재 m에서 이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 보겠습니다.
4차 재난지원금.
전국민에게 골고루 지급하는 게 옳을까요 아니면 피해가 더 큰 사람들을 선별해서 주는 게 맞을까요?
이 문제에 답을 하려면, 먼저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위기의 성격부터 살펴 봐야겠죠.
김민찬, 남상호 두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열흘 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입니다.
삼성전자 직원이 자기 월급 통장 입금내역을 올렸습니다.
월급여 입금 3,690만 원.
또 다른 직원 통장에는 OPI, 즉 성과급 2,012만 원이 입금됐습니다.
웬만한 사람들의 1년 벌이가 한꺼번에 들어온 겁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6조 원.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보다 오히려 8조 원 넘게 늘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직원들에게 적게는 연봉의 22%, 많게는 46%까지 성과급을 줬습니다.
SK하이닉스 직원들도 지난주 연봉의 20%를 성과급으로 받았습니다.
하지만 불만이 폭발했습니다.
삼성전자보다 성과급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 관계자] "영업이익이 84%나 증가했는 데 왜 (작년과) 동일하게 받느냐. 삼성은 47%나 주는데."
은행과 증권사들도 돈잔치를 벌였습니다.
KB와 신한금융이 3조4천억 원, 하나금융이 2조6천억 원,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남겼습니다.
은행은 힘들어진 가계와 기업들의 대출이 늘어나면서, 그리고 증권사는 '동학 개미'들 덕에 돈을 쓸어담았습니다.
게임 기업들도 대박이 났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처음으로 매출 2조 원을 달성했고, 넥슨은 전 직원의 연봉을 8백만원 올려주기로 했습니다.
쿠팡도, 배달의 민족도 코로나19로 오히려 대박난 기업들입니다.
지난해 상장사 실적을 보니, 컴퓨터, 인터넷 서비스, 게임 소프트웨어, 반도체 업종의 매출은 폭증했습니다.
누군가는 코로나19로 이렇게 돈을 쓸어담고 있지만, 누군가는 추락하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8년 째 운영하던 사진관을 폐업한 문재오 씨.
카메라 대신 전동 공구를 들고, 인테리어 공사장에서 힘겹게 생계를 이어갑니다.
[문재오/전 사진관 대표] "12월은 수익이 10만 원도 안 돼요. 1월은 50만 원이에요."
빚이 잔뜩 쌓이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전혀 못 받았습니다.
2차, 3차 재난지원금은 더 이상 사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가 빌려주는 긴급 대출은 신용 등급이 모자라 못 받았습니다.
[문재오/전 사진관 대표] "계속 은행에서 돈 빌리고 하다보면 (신용 등급이) 계속 떨어지잖아요. 건물 가지고 이런 사람들은 신용 좋을 거 아니에요. 저금리 1% 3% 돈을 빌려서 뭐하겠어요. 주식투자하고."
작은 여행사 사장 김상현 씨도 1년째 수입이 끊겼습니다.
공공근로와 배달 일로 버텨보지만,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김상현/여행사 대표] "차가 들어와요. 건너고 싶어요. 피해보상이라도 교통사고 나면 받게 되잖아요. 그럼 생활비는 갖다 주지 않겠나."
실업자도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비자발적 실직자는 219만 6천 명.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특히 일용직이나 임시직이 집중적으로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는 가계 파산입니다.
한국은행은 올해 말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최소 5만 가구가 파산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오건호/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분들한테 훨씬 더 큰 타격을 주게 된 거예요. 노동시장 주변에서 어려운 조건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이 이 코로나로 인한 대면 서비스가 가능하지 않다보니까 곧바로 자신의 경제적 타격으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한국 사회의 분위기는 점점 각박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진 한 여론조사.
자영업자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답변은 5월에는 57%였는데, 11월에는 45%로 떨어졌습니다.
비정규직 지원은 58%에서 44%로, 중소기업 지원은 51%에서 30%로 떨어졌습니다.
누군가가 겪는 고통이 길어지면서, 우리는 그 고통에 둔감해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MBC뉴스 김민찬입니다.
(영상취재: 김재현 / 영상편집: 김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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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셨듯이 누군가는 코로나19로 오히려 큰 돈을 벌었고, 누군가는 추락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지원해야 할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추락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럼 어떻게 지원해야 효과적일까요?
'선별 지원'이 타격을 받은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라면, '보편 지원'은 소비를 촉진해 피해를 회복하게 돕는 간접적 방식입니다.
지난해 5월 정부는 전국민에게 1차 재난지원금을 줬습니다.
보편 지원입니다.
1차 재난지원금은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이 시기 신용카드 사용을 분석해 보니, 정부가 준 돈의 30%가 소비 증가로 이어진 걸로 추정됐습니다.
정부가 100만 원을 줬다면, 70만 원은 원래 쓸 돈 쓴 거고, 추가로 늘어난 소비는 30만 원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늘어난 소비가 타격받은 자영업자들에게만 흘러간 건 아니었습니다.
가구같은 내구재 소비가 많이 늘어난 반면,
음식점, 여가 활동, 미용같은 대면 서비스 지출은 많이 늘지 않았습니다.
[김미루/KDI 연구위원] "여행업, 대면 서비스업 등 피해가 큰 사업체의 매출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피해업종 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지원이 요구됨을 알 수 있습니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선별 지원입니다.
추락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겁니다.
미국과 영국이 이렇게 합니다.
미국은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영국은 영업제한으로 타격을 받은 업종을 집중적으로 지원합니다.
[리쉬 수낙/영국 재무장관 (1월)] "소매·접객·레저 등 봉쇄로 타격이 큰 업종에 46억 파운드(7조 원)를 추가 지원합니다."
하지만 선별 지원도 단점은 있습니다.
행정력이 많이 들고, 기준을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예상치 못한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습니다.
관광 가이드 조한경 씨.
여행사와 계약서도 없이 일해왔습니다.
당연히 소득이 줄었다는 걸 증명할 서류가 없습니다.
[조한경/관광 가이드] "손님한테 돈을 받은 것을 무슨 근거를 내세울 게 거의 없습니다. 2차 (재난지원금)도 떨어졌고 3차 역시도 받은 건 없습니다."
그래서, 워낙 긴급하니 일단 빨리 지원부터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일단 지원부터 해주고, 나중에 소득 변화를 정확히 파악해, 과다 지급된 건 다시 회수하자는 아이디어입니다.
캐나다와 독일이 이런 선지원-후정산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저스틴 트뤼도/캐나다 총리] "캐나다 회복지원제도(CRB)는 자영업자나 고용보험 혜택을 못받는 사람들에게 매주 5백달러씩, 최장 26주까지 지급할 겁니다. 지원 절차는 간단합니다."
누가 더 시급한 지원이 필요한지는 분명하지만, 여론은 팽팽합니다.
지난주 한 여론조사에서는 보편지원은 45%, 선별지원은 47%가 선호했습니다.
[이소영] "모두에게 지원금을 주어야 경제는 순환하는 거니까."
[박성현] "굳이 여유로운 사람들한테 주는 것보단 그 돈을 아껴서 필요한 사람들한테 선별적으로."
정치권은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선거를 앞두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분위기입니다.
[이낙연/더불어민주당 대표] "4차 재난지원금을 준비하겠습니다. 추경 편성에서는 맞춤형 지원과 전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힘은 '손실보상'·'재난지원'마저 선거용으로 이용하려는 정권의 포퓰리즘을 불식시키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주요 선진국들은 전례 없이 막대한 돈을 퍼붓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주저하고 있습니다.
그 규모만큼이나 또 중요한 건, 정말 절실한 사람들을 제대로 지원하는 겁니다.
한국은 지금 그 시험대 위에 서있습니다.
MBC뉴스 남상호입니다.
(영상취재 : 나준영 / 영상편집 : 문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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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찬, 남상호 기자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082376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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