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리가 때려달라고 했다"..황당 주장 믿은 경찰
[뉴스데스크] ◀ 앵커 ▶
감독의 폭행을 참다못한 누군가의 제보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는데 어찌된 게 무혐의로 끝났습니다.
맞은 학생들이 경찰에 나가서 "팀을 위해서 나를 때려달라고 감독한테 먼저 요청했다", 한마디로 연출이었다고 진술을 한 건데 경찰이 이 황당한 진술을 믿은 겁니다.
학생들이 왜 이렇게 말해야 했는지는 따져 보질 않은 겁니다.
이어서 신수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감독의 학생 폭행은 영상에 담긴 것들만이 아니었다는 증언들이 다수 나왔습니다.
[목격자] "팬츠 벗기고 스틱으로 엉덩이 빠따 때리고요. 싸대기 맞는 것도 본 적 있고…"
결국 작년 초, 익명의 제보자가 감독의 폭행을 막아달라며 영상 등 자료를 학교와 교육청에 제출했고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피해 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들이 때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는 의외의 주장을 폈습니다.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일부 고학년 선수들이 감독에게 자신들을 때려달라고 요청해, 결국 짜고 치는 연출을 했다는 겁니다.
감독 본인은 물론 심지어 폭행당한 학생들의 부모들까지 같은 내용으로 진술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피해자 학생들도 그렇고 피해자 부모도 그렇고 다 의견이 (일치해요). 후배들한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 우리가 선생님하고 상의해서 우리가 좀 한 대씩 맞자…"
해당 감독은 MBC와의 전화통화에서도 '탈의실 폭행'은 일부 학생들과의 '쇼'였다고 주장했습니다.
[A 감독] "(일부 학생들이) 밑에 애들이 말도 안 듣고 하니까 '선생님, 저희를 혼내는 척 연출 한 번 하자'고…"
그러면서 일체의 폭행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A 감독] "저는 (폭행)한 적도 없고요. 애들 때린 적도 없어요. 폭행했다면 요즘 애들이 가만 있겠어요?"
하지만 취재팀은 당시 사건이 분명한 실제상황이었다는 목격자 증언을 추가로 확보했습니다.
[목격자] "'다 해피엔딩으로 끝난 거고 장난이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라고 해서..진짜 맞는 상황이었는데"
경찰의 결론과 완전히 다른 학생들 부모의 고백도 나왔습니다.
[학부모] "저희 아이가 어떤 불이익이 따를 거라 예상되기 때문에 말을 못하겠더라고요…저희 아이는 (진실을) 이야기하겠다는데 제가 극구 반대하고…"
경기 출전과 주니어 국가대표팀 선발, 대학입시까지 절대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감독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진술서 작성 작업엔 평소 감독으로부터의 폭행 피해를 호소하던 학생도 참여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심지어 MBC가 입수한 학부모들의 SNS 대화를 보면 탄원서 작성의 요령까지 제시돼 있었습니다.
"감독님이 평상시 아이들에 잘하고, 경기력 향상 및 경각심 부각을 위해 3학년들의 동의 하에 보여주기식으로 한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 감독의 지도력을 신뢰한다는 내용 등을 포함하라"는 겁니다.
그런데도 진실을 엄정히 가려야 할 경찰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낸 진술서만 확인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MBC뉴스 신수아입니다.
(영상취재: 박동혁, 한재훈 / 영상편집: 양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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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아 기자 (newsua@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082355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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