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놓고 '신경전'..이재명, 이낙연 겨냥 "열패의식"

조익신 기자 2021. 2. 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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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앵커]

기본소득 도입 문제를 놓고,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 두 사람이 강하게 부딪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알래스카를 빼곤 하는 곳이 없다"고 지적하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사대적 열패의식을 버려야 한다"고 맞받았는데요. 관련 내용, 조익신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 이낙연 "기본소득 알래스카에서나" vs 이재명 "사대적 열패의식" >

흔히 상인들이 '땅 파서 장사하냐'는 말을 하곤 하죠. 그런데, 정말 땅 파서 장사하는 곳이 있습니다. 미국의 49번째 주, 알래스카 이야깁니다. 알래스카는 알류트어로 '위대한 땅'이란 뜻인데요. 이름에 걸맞게 엄청난 천연자원을 품고 있습니다. 알래스카는 땅을 파서 번 돈으로 '퍼머넌트 펀드'(Permanent fund)를 만들었는데요. 이른바 '기본소득제'의 첫 모델이 됐습니다.

[신율/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JTBC '아침&' / 지난해 6월 8일) : 기본소득을 제일 먼저 실시한 게 1982년 알래스카주,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제일 먼저 실시됐는데 여기는 자원이 많잖아요. 석유 같은 거. 그런 자원을 통한 기금을 마련해가지고 1년에 한번 6개월 이상 알래스카주에 거주한 사람들에게 이 돈을 줍니다. 그게 우리나라 돈으로 한 230만원 정도 되는데…]

기본소득의 힘 때문일까요. 알래스카는 미국 내에서 가장 빈곤율이 낮고, 가장 빈부격차가 작은 곳으로 꼽힙니다. 이 '기본소득제' 도입. 이재명 경기지사의 오랜 꿈이기도 합니다. 지난 대선에선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었죠.

[이재명/당시 성남시장 (JTBC '뉴스룸' / 2017년 2월) : 저희가 28조원을 청년, 노인, 장애인, 농어민 등에게 취약계층이니까 연 100만원의 기본 소득을 지급하되 이걸 해당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상품권으로 지급하면 자영업자도 살고 경제도 살겠죠. 그런데 이 28조는 매년 증가하는 국가 예산 한 15~16조에다가 기존 예산이 한 3~4% 정도면 충분히 마련할 수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경기도가 재난지원급 지급에 발 벗고 나선 것도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이재명/경기지사 (지난해 3월 24일) :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을 조금이나마 타개하기 위해서 재원을 총동원해 도민 1인당 10만원씩 4인 가구 기준 가구당 40만원씩을 재난기본소득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알래스카'를 소환해 이 지사를 저격했습니다. 기본소득제는 "알래스카 빼곤 하는 곳이 없다"고 날을 세운 겁니다. 한마디로 천연자원이 풍부한, 땅 파서 장사하는 알래스카에서나 가능한 일이란 지적입니다.

듣고만 있을 이 지사가 아니죠. 즉각 반격에 나섰습니다. 대한민국이 낳은 'K 시리즈'를 열거하며 '사대적 열패의식'을 버려야 한다고 맞받았습니다. 이 대표의 알래스카 공격. 사실 이 지사에겐 이미 익숙한 방식입니다. 지난해에도 '기본소득' 도입 문제를 놓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벌어졌었죠. 당시에도 이 지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재명/경기지사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해 6월 9일) :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이 구조적 위기를 맞았기 때문에 이거를 돌파하는 방식은 전 세계가 아직 한번도 못해 본 새로운 길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K 방역처럼 K 경제의 길을 갈 수도 있죠. 사대주의적 사고를 정말 버려야 되는데요. 선진국들은 또는 외국은 안 했는데 왜 우리가 해야 되느냐, 이런 소리 하는 사람들도 문제고요. 우리가 언제나 선도할 수 있어요.]

한 번 당했던 논리였으니, 반격이 더 날카로울 수밖에 없겠죠.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알프스를 넘었던 한니발, 나폴레옹까지 소환했습니다. "가능한 일을 하는 것은 행정이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정치"라며 이 대표에게 되치기를 시전한 겁니다. '행정 = 총리' 그렇지 않아도 그릇의 크기에 '물음표'가 붙은 이 대표에게 정치적 딱지를 붙인 셈입니다.

이 대표도 정치가 더 어렵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총리와 당 대표 가운데, 뭐가 더 힘드냐고 묻자 "대표가 훨씬 힘들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정치란 늘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많고, 고려 사항이 굉장히 많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언론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습니다. "언론은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결론을 요구하곤, 결론을 안 내면 답답하다고 한다"는 겁니다. 아마 언론에서 붙여준 이 별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싶습니다. '엄중 낙연' 말입니다.

이 대표의 기본소득 반대. 엄중히 생각해 내린 '정치적 결론'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민주당의 대주주, 문재인 대통령이죠. 문 대통령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기본소득'에 물음표를 제기했었습니다. 대신, 계층별로 필요한 분들에게 복지를 늘려야 한다, 주장을 했는데요. 이 대표의 방향과 일맥상통합니다.

[이낙연/더불어민주당 대표 : 사회안전망의 불충분함이 드러났을 때가 새로운 복지제도를 추진할 적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신복지제도의 분야별, 단계별 로드맵을 구체화하기 위해 국민생활기준2030 범국민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드렸습니다. 정책위를 중심으로 특위 구성을 신속하게 추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당 대표 임기, 이제 한 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결론만 묻는 언론 때문이 아니라, 당 대표로서 성과물을 내야 하는 시기입니다. 2월 임시국회가 마지막 기회인데요. 이른바 '상생 3법'으로 불리죠. 입법 작업에 속도를 낼 걸로 보입니다. 여기에 4차 재난지원금 지급도 이 대표가 던진 승부수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낙연/더불어민주당 대표 : 어제 서울의 전통시장 몇 곳을 찾았습니다. 오후에는 손님이 늘었지만 음식과 제수용품 가게에 집중되는 정도였습니다. 상인들의 낙담이 매우 커서 참으로 조심스럽고 미안한 마음으로 시장을 다녔습니다. 우리는 당장 가능한 조치들부터 신속히 추진할 것입니다. 우선 4차 재난지원금 논의를 곧 시작하겠습니다.]

이 대표는 선별 지급이냐, 보편 지급이냐. 여권 내 논란이 커지자, 이 전략을 선택했죠.

문제는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전형적인 행정가죠. 곳간지기 홍남기 부총리의 반발입니다. 홍 부총리는 선별과 보편 지급, 동시 추진에 난색을 표했습니다.

[홍남기/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 5일) : 재정이 적극 역할을 하겠습니다. 그러나 재정 당국이 재정건전성을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저는 좀 존중을 해주셨으면 하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열리기로 했던 '4차 재난지원금' 당정 협의도 돌연 취소됐습니다. "가능한 일을 하는 것이 행정"이라는 이 지사의 말처럼, 홍 부총리가 '행정가'로서 제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백운규 전 장관 오늘 구속심사…'원전 수사' 분수령 >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죠. 백운규 전 산업통상부 장관이 법원에 출석해, 영장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직권남용과 업무방해입니다.

먼저 직권남용 혐의부터 살펴볼까요. 검찰은 백 전 장관이 월성원전의 조기 폐쇄에 개입했다고 봤습니다. 원전 가동 중단의 근거가 됐죠. 즉시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오도록 산업부 공무원에게 지시를 했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업무방해 혐의입니다. 산업부 공무원들이 월성 원전 자료 530건을 삭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죠. 이 역시 백 전 장관의 관여가 있었다는 겁니다.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백 전 장관 측은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습니다. 원전 조기 폐쇄와 관련해 어떤 지시도 내린 적이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자료 삭제 건에 대해서도, 장관 퇴임 뒤에 벌어진 일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오늘도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백운규/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국정과제였습니다. 제가 장관 재임 때 법과 원칙에 근거하여 적법 절차로 업무를 처리하였습니다. 오늘 실질심사에 성실하게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서 백 전 장관과 검찰의 명운이 갈릴 걸로 보입니다. 영장이 기각된다면, 검찰은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수사 명분은 물론, 동력도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당장 여당에선 정치적 수사다,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김성환/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5일) : 검찰이 정부의 정책까지 관여하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이거는 사실은 매우 정치적인 거라는 의구심이 드는데…]

반면 백 전 장관이 구속된다면, 검찰 수사는 '윗선', 청와대로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2018년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맡았었죠.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원전 폐쇄 결정에 관여한 청와대 인사들을 줄줄이 소환할 걸로 보입니다.

백 전 장관 구속 여부는 오늘 저녁 늦게 결정될 전망인데요. 속보가 들어오는 대로, 정리해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이낙연 "기본소득 알래스카에서나" vs 이재명 "사대적 열패의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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