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 논란] 신비주의 훼손? 플랫폼 주도권 충돌?.. 결별 이유 난무

장우진 2021. 2. 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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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애플 협력중단 왜?
현대차 1월초 협력 기정사실화
한달만에 갑자기 "논의 중단"
애플의 폐쇄주의 때문이라지만
플랫폼 주도권 놓고 이견說도
현대자동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현대차 제공>

[디지털타임스 박정일·장우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과 애플 간의 '애플카' 협력 논의가 결국 중단된 배경에는 애플의 신비주의와 양사 간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힌 것으로 풀이된다. 표면적인 이유는 언론 관심에 대한 애플 측의 부담감 때문이지만, 내면에는 iOS를 기반으로 한 애플의 폐쇄주의적 성향과 '미래 모빌리티' 사업 확장을 노리는 현대차그룹 간 이해관계가 부딪쳤기 때문일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애플카' 신비주의 훼손? 업계선 '글쎄'= 현대차그룹과 애플 간 협력설의 시작은 작년 말 언론 보도로 시작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초 현대차그룹이 애플카 협력 논의를 진행 중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당사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히면서 협력 논의가 진행 중임을 간접 시인했다.

이후 CNBC와 블룸버그 등 미국 현지 언론들은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는 보도와 무산됐다는 보도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진위여부를 둘러싼 시장의 관심은 점점 고조됐다.

이 같은 혼란 속에서 현대차그룹이 8일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 협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한달여간 지속된 애플과의 협력설은 일단락됐다.

자동차업계는 애플과의 협력에 대한 회의론과 애플의 신비주의가 협의 중단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가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 제안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비밀 준수를 중시하는 애플은 현대차그룹에도 애플카에 대한 언급 자체를 하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만약 비밀유지 훼손이 협상 결렬의 이유라면 현대차그룹의 공시 이후 한 달 동안 양측 모두 침묵했을 이유가 없다며 협상 과정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을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애플 '폐쇄주의'-현대차그룹 '모빌리티 플랫폼' 충돌했을 수도= 업계에서는 완성차 제조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을 주도하겠다는 양사의 공통된 전략상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이견차를 극복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더 높게 점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정의선 회장 체제 출범과 함께 싱가포르에 미래 모빌리티 전진기지 격인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착공에 들어갔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은 물론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미국 로봇업체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등 모빌리티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반면 애플의 경우 아이폰으로 대표하는 폐쇄형 OS(운영체계)를 앞세워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과 함께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성과를 거뒀다. 애플은 이 과정에서 아이폰의 설계에 집중하기 위해 제조 영역은 폭스콘이라는 업체에 하청을 맡겼고, 그 결과 사용자에 최적화한 UX(사용자 경험) 혁신으로 차별화한 경쟁력을 얻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이 같은 성공 전략을 완성차 영역에서도 그대로 적용하기를 원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이름으로 전기차 계획을 추진했고, '모노셀'이라고 불리는 단일 배터리 제조 기술로 차량 제조원가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애플의 이 같은 전략이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애플카'를 수주할 경우 애플이 현대의 자체 브랜드 확대 전략을 수용할 리 없고, 여기에 모빌리티 서비스 영역까지 사업 확대는 더 불가능해진다. 양측 모두 완성체 제조·판매 뿐 아니라 모빌리티 시장 전반으로 사업을 확대하기를 원하고 있는 만큼 양보할 만한 접점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자율주행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양사가 서로 원하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다시 협력을 논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의 전 세계 판매량은 내년 5만대, 2025년 100만대에서 2040년에는 33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고, 미래 친환경·자율주행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다음 성장동력을 잡기 위한 양 사의 의지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당장 지나친 관심과 견제를 피하기 위해 양 사가 템포 조절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정일 장우진 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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