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믿니?"..'2·4 공급대책'에도 냉담, 관건은 신뢰

박세준 2021. 2. 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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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2·4 공급대책' 논란 (下) 방향타 잃은 정책 해법은
단기 성과 기대면 시장불안 해소 못해
수요자 정책 믿고 기다릴 사후책 내야
일각 "4월 재보선 노린 정책" 의구심
개발규제 완화로 선의 피해자 없어야
사진=뉴스1
문재인정부가 역대급 규모의 2·4 공급대책을 내놨지만, 아직 부동산 시장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주거정책 수장까지 나서 “믿고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그간 쏟아낸 대책들이 번번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정책 신뢰도가 떨어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급대책의 단기적 성과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꾸준한 사후 관리를 통해 시장의 불안을 해소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급확대 계속된다”는 일관성 관건

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택지 개발과 함께 역세권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 다양한 정비사업을 위주로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공공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정비사업 기간을 최대한 앞당기더라도 사업 착수부터 착공까지는 최대 5년이 소요된다. 그 외 신축 매입과 리모델링 등 단시간에 공급이 가능한 물량은 이번 대책 86만여가구 물량 중 10만여가구에 불과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놨지만, 3∼5년 지나 공급되는 게 대부분”이라며 “집값 상승세가 꺾인다거나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실제 공급이 늘어나는 데까지 수년의 시차가 있는 만큼 수요자들이 여유를 갖고 기다릴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해 8·4 공급대책 발표를 앞두고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놓고 엇박자를 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여당 일부 인사가 해제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국토부와 서울시 등이 반발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부동산 감독기구 개편 문제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간 이견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여권 내부에서 설익은 정책이 쉼 없이 공개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에도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물량 풀겠다고 발표한 것이지, 나중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는 것이 업계 대부분의 반응”이라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공급 확대를 계속하겠다는 메시지를 주고, 추가 대책도 이어져야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의의 피해자’ 없는 공정성 확보해야

2·4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정부가 공공주도개발사업 구역의 부동산을 취득하면 우선공급권(입주권)을 주지 않겠다고 못 박으면서 노후 지역의 다세대·연립주택 소유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개발구역이 확정되기 전에 주택을 매입했다가 향후 사업 구역으로 지정되면,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탓에 벌써부터 거래가 ‘올스톱’됐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아직 사업이 추진될지도 모르는 노후 지역의 빌라를 매입했다고 향후 소유권을 주지 않는 것은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 “신축이나 지분 분할에 대해 규제하는 방향은 맞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부동산대책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17대책 당시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하면서 새로 지정된 곳에서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은 무주택자들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제한으로 잔금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소급 적용 논란이 제기됐다. 새 임대차법은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산 경우에도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시점에 따라 입주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면서 세입자에게 퇴거위로금을 주는 관행이 정착됐고, 결국 홍남기 부총리도 돈을 주고 세입자를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정책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소통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스무 번이 넘는 대책을 발표하면서 지역 주민이나 지방자치단체, 학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쳤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면서 “정부가 소통하려고 하지 않으니, 언제부턴가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어졌다”고 꼬집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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