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차 협상 급제동..애플, 주도권 노렸나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 2021. 2. 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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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애플과의 생산 협력설에 대해 "자율주행차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8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현대모비스는 이날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 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며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애플과의 협력설이 불거진 후 현대차그룹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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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애플 '논의 중단' 쟁점은
애플, 언론 관심 커지자 큰 부담감
협상 우위 노린 일시중단 분석도
현대차도 '하청업체로 전락' 우려
공시서 전기차는 빠져..협력 여지
[서울경제]

현대차그룹이 애플과의 생산 협력설에 대해 “자율주행차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8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애플과의 자율주행차 협력 방안에 대해서는 일단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애플카와 관련된 논의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언제든지 불씨는 살아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현대모비스는 이날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 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며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주요 쟁점을 살펴본다.

협상 일시 중단에 무게

지난달 애플과의 협력설이 불거진 후 현대차그룹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했다. 협력설 이후 첫 공시에서 “다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공동 개발 협력 요청이 있지만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 논의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이로 미뤄볼 때 다수의 전문가들은 “논의 자체는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맥락상 과거에는 논의했으나 현재는 안 한다는 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현대차그룹과 자율주행 애플카 협상이 마무리 단계’라는 미국 CNBC 보도와 ‘기아가 애플카 관련해 잠재 파트너들을 접촉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애플 비밀주의 작용했나

논의가 중단된 이유로는 우선 애플의 ‘비밀주의’가 깨진 것에 대한 부담이 꼽힌다. 애플은 협력사들과의 거래, 신제품 내용 등에 대해 철저하게 비밀주의 전략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수의 언론이 관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애플로서는 논의를 더 이어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 통신도 “비밀이 유지되지 않아 애플이 화가 났고(upset), 논의가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현대차, 하청 우려에 중단?

현대차그룹도 애플과의 협력에 끌려다닐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지리차 등과 함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보유한 몇 안 되는 완성차 업체다. 자동차 양산 능력 세계 5위권인 데다 북미에서만 연 107만 대가량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친환경차 판매 세계 4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와 40억 달러(약 4조 5,000억 원)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해 자율주행 기술을 독자 개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하청 업체 전락’ 내지 ‘브랜드 잠식’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애플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애플카 생산 방식이 ‘폭스콘 모델’과 유사할 경우 이는 현대차그룹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공시에 전기차 표현 왜 빠졌나

하지만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협력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는 공시에서 ‘전기차’라는 단어가 빠진 부분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의도적인지는 불확실하지만 그럼 ‘전기차’는 협의한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문구”라고 했다. 애플과의 협상이 일시 중단인지, 완선 무산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율주행에도 여러 단계가 있고 인포테인먼트 등 다양한 부분에서의 협력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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