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있는 TBS 재정지원 안 해" 금태섭 주장 현실성은
TBS 서울시 출연금 375억 원 수준, 대폭 삭감할 경우 서울시의회 통과 어려울 수도…"김어준 TBS 퇴출" 주장은 방송법 위반 가능성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금태섭 서울시장 후보가 8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김어준씨는 진영 논리, 편 가르기 논리를 설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고 음모론을 동원해서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기 힘든 분들한테 괴로움을 준다”고 주장하며 “김어준씨는 적어도 공영방송에 등장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같은 TBS에는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금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금 후보 발언대로 재정지원을 멈출 수 있을까.
서울시와 TBS에 따르면 현재 TBS 1년 예산은 500억 원 선. 이 중 서울시 출연금은 2020년 388억 원, 2021년 375억 원 수준이다. TBS 예산은 TBS 마음대로 짤 수 없다. 서울시와 예산을 협의한 뒤 예산안을 시의회에 올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시장도 예산을 마음대로 결정하기 어렵다. 시의회 때문이다. 서울시 출연금은 시의회 상임위(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1차 심사를 하고 예결위에서 2차 심사를 한 뒤 시의회 본회의 통과라는 3단계 결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2021년 예산안은 지난해 결정됐기 때문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집행해야 한다. 2022년 6월 끝나는 보궐 서울시장 임기를 고려하면 금 후보로서는 오는 8월부터 12월 안에 결정할 2022년 출연금 예산 결정이 사실상 유일하게 권한을 행사할 기회다. 그러나 금 후보가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서울시의원 109명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105명이다. 'TBS 예산 삭감'을 공약으로 내건 서울시장 민주당 후보는 없다.
때문에 금 후보가 시의원 다수를 설득하지 않는 한 TBS 출연금 삭감 예산 통과는 쉽지 않다. 시의회에서 서울시의 TBS 관련 예산안을 조정하거나 부결시킬 가능성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출자·출연기관의운영에관한법에 따르면 재정지원을 멈출 수 있는 사유도 있는데 △재단이 정관으로 정한 해산 사유가 발생한 경우 △재단이 합병하거나 파산한 경우 △법원 판결에 따라 재단에 해산 사유가 발생한 경우 △민영화 추진 기관으로 정해진 경우 등이다.
'김어준이 문제이기 때문에'보다 설득력 있는 사유가 있을 경우 당연히 서울시장 권한으로 일정 부분 예산 삭감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재정적 압박으로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멈추게 하고 싶은 야당 서울시장 후보라면 시의회와 '전면전'을 각오하거나 민영화 추진 같은 '무리수'가 불가피하다. 2022년 예산안이 논란 속에 편성이 안 되는 경우도 예상해볼 수 있는데 이때는 예산 편성 기준상 전년도 예산 수준으로 일단 집행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TBS 김어준 퇴출? “방송법 위반”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다가올수록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퇴출'을 공약하는 야당 후보들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언론은 이들의 발언을 인용 보도하고, 인용 보도할 것이다. 그러나 김어준씨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 같은 발언은 방송법 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1항(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과 2항(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청취율 1위의 영향력 있는 수도권 공영방송 프로그램이라는 위상에 맞지 않는 수준 낮고 편향적인 방송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문제 될 수 없다. 그러나 김씨가 방송법 6조 1항(방송에 의한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등을 위반해 라디오 진행자로서 하차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주체가 TBS의 '목줄'을 쥔 서울시장 후보라면 매우 위험하다. 판단 권한은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이사회에 있다.
그리고 TBS 이사회는 TBS 방송편성규약을 따라야 한다. 편성규약 제3조 4항은 “외부의 모든 압력과 내부의 부당한 간섭에 단호하게 대처하며 사실에 바탕을 둔 공정 방송을 실현한다”고 명시했다. 제8조에 따르면 편성위원회는 개편 시 방송법이 규정한 편성의 자유와 독립에 의거해 운영하며, 이에 관한 권리와 책임을 갖는다. 만약 정치권에서 계속 '하차'를 운운하면, TBS 이사회로서는 하차시키고 싶어도 하차시키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앞서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지난 1월 TBS '정준희의 해시태그'에서 “TBS는 서울시장 마음대로 출연자를 해임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걸 하지 말자고, 공영방송의 자율성을 위해 독립된 재단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하며 “서울시장이 특정 출연자를 자를 수 있다는 발상은 방송법상 편성의 자유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방송법을 위반하는 정치인 발언을 비판하는 언론을 찾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장 후보는 TBS의 '반쪽' 독립에 주목해야
수도권 공영방송 TBS 임직원은 400여 명 수준으로, 서울시 출연금을 제외하면 자체수입은 2021년 예산 기준 100억 수준이며, 이 중 라디오 협찬광고가 주 수입원이다. TBS에선 FM라디오 상업광고를 할 수 없다. 앞서 TBS는 상업광고 허용을 가정해 2021년부터 매년 110억 원의 자체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따라 전체 예산에서 시의 출연금 비율을 낮추는 안을 내기도 했으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상업광고를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tbs교통방송은 2020년 서울시미디어재단 TBS라는 독립법인으로 탄생했다. 서울시 사업소에서 벗어나 서울시 출연기관이 되었지만 '반쪽 독립'이었다. TBS는 재정적 독립을 위해 FM라디오 상업광고 허가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행정안전부 또한 '재원의 과도한 서울시 의존은 실질적 독립화에 장애 요인이 되는 만큼 체계적인 자체 재원 확보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설립 심의를 완료한 바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독립법인 승인 당시 상업광고 여부에 대해 '추후 재검토'를 결정했다. 왜일까. 당시 방통위의 표면적 이유는 “상업광고 도입이 공공성 저해 우려가 있고 운영을 위해 시급한 사안이 아니므로 허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였다. 그러나 업계에서 받아들인 실질적 이유는 6개 라디오방송사가 방통위에 제출한 의견서였다. 당시 경쟁사들은 의견서를 통해 tbs교통방송에 상업광고를 허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독립적인 지배구조에 있어 (서울시 중심) 재원은 가장 큰 장애다. 재원과 독립이 서로 모순된 상황”이라며 “tbs교통방송의 상업광고 추후 재검토 시기를 구체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TBS가 서울시 재원에 의존하는 것은 당연한가. TBS 재원을 어떻게 구성해야 진정한 독립을 구현할 수 있을까. 서울시장 후보들이 내놓아야 할 TBS 공약은 '김어준 퇴출'보다 이에 대한 답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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