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계약 앞둔 임차인 성추행한 건물주 父, 정식 재판 받는다

법원, 약식명령 대신 정식 재판 회부

의정부지방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기북부지역의 한 상가 건물주의 아버지가 이 건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여성 임차인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상가 재계약을 앞두고 적극 대응하기 어려웠던 피해 여성은 “임대인 가족 지위를 이용한 범죄”라고 주장했다.

23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A(71)씨에 대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제추행) 사건을 맡은 의정부지법은 지난해 말 이 사건에 대해 약식명령을 내리는 대신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앞서 의정부지검은 지난해 10월 14일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A씨를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검사가 피의자에 대해 벌금형이 마땅하다고 판단해 서면 심사만으로 재판을 청구하는 절차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 8일 오후 아들 명의의 경기도 한 건물 식당 주차장에서 임차인인 식당 주인 B(40)씨에게 “엉덩이에 살이 하나도 없다. 젊어서 그런지 단단하다”며 손으로 B씨의 엉덩이를 움켜쥔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엿새 뒤인 14일 오전에도 식당 주방 출입문에서 대화를 하던 중 주방으로 들어가려는 B씨를 뒤에서 껴안은 혐의도 받는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임대인 가족이라는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원에 낸 탄원서에서 “A씨는 두 건의 성추행 전에도 거의 1년 동안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말을 계속해왔다”며 “하지만 상가 재계약까지 앞둔 시점이라 건물주 측과 다투고 싶지 않아 적극 대응하지 못한 채 참아야 했다”고 말했다.

B씨는 또 "현재까지 A씨와 그 가족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오히려 내가 A씨를 고소한 것에 앙심을 품고 근거없는 말을 내뱉는 등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2018년 5월부터 이 건물 1층을 빌려 식당을 운영 중이다. 법원은 조만간 이 사건의 첫 공판을 열어 본격적으로 사건을 심리할 방침이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