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자율주행차 협력' 선 그은 현대차..가능성 사라졌나
하지만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협력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품 출시 전까지 극도의 비밀주의를 고집하는 애플의 전례를 감안했을 때 당분간 협업 결과물이 드러나긴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등 분야에서 비공개로 개발 및 생산을 추진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순 없다.
● 자율주행차 협력 선 그은 현대차… 주가는 폭락
8일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공시(公示) 발표는 업계와 시장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애플’이라는 회사명을 처음으로 언급한 공식 발표였다. 하지만 내용은 협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대차는 1월 8일 ‘현대차그룹과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공동개발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 구체적인 회사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2024년까지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양사가 협의를 진행 중이고 기아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이 이뤄질 것이라는 구체적 내용까지 외신 등에서 보도됐다. 현대차그룹은 애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요청을 받고 있지만 결정된 바 없다”며 애플과의 협업 추진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5일(현지 시간) 두 회사 간의 협력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데 이어 현대차그룹이 8일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으며 협력 논의는 당분간 힘을 받기 어렵게 됐다.
애플과 현대차그룹의 협상이 우여곡절을 겪는 배경에는 애플 특유의 협상 전략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애플은 폐쇄적 기업 문화 탓에 다른 기업과의 협상 과정이나 조건이 공개되면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년 째 글로벌 브랜드 가치 1위를 지키고 있는 애플은 협업 협상에서 극단적인 압박 전략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애플과 협력을 하면 ‘양날의 검’을 잡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2017년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애플의 협력사들은 애플이라는 리스크가 상존하기에 가치를 낮게 책정된다”며 ‘애플 디스카운트 리스크’를 지적하기도 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애플은 스스로를 명품 브랜드라고 여기면서 다른 기업을 상대한다”며 “협상이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여기며, 실제로 그게 가능한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애플과 개발 협의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공시한 영향은 증시에서 확인됐다. 기아가 전일대비 14.98%, 현대차가 6.21%씩 각각 주가가 떨어지면서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9조4000억 원 증발했다. 지난달 8일부터 이달 5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기아차 주식 862만 주(7987억 원), 현대차 354만 주(9157억 원)를 각각 순매수한 만큼, 이들의 투자 손실은 불가피하다.
● “두 회사 모두 다수의 기업과 계속 협상할 것”
하지만 ‘애플카’를 둘러싼 협력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는 이르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애플과 협의를 진행하지 않는 분야로 ‘자율주행 차량 개발’로 국한했다. ‘자율주행 전기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다’는 보도를 부인하는 형식으로 이런 공시를 내놓은 것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현대차그룹과 애플이 자율주행차 개발 외에 단순 생산에서 협업하거나 자율주행이 아닌 전기차에서 협력할 가능성은 있다는 걸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노 코멘트(언급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율주행차가 단기간에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점을 들어 현대차그룹과 애플이 전기차 분야에서 우선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완전한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조금씩 기업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상황이다. 전기차, 커넥티드카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 협력 가능성에 여운을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대차 발표가 업계와 시장의 과열된 관심을 식히는 냉각기로 작용해 장기적으로 발전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애플과의 협력 기대감으로 주가가 지나치게 상승하는 점을 우려하는 기류가 없지 않았다. 이 연구위원은 “여전히 애플은 미국에 생산기지를 가진 다수의 기업을 협상 대상에 올려놓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도형 dodo@donga.com·이건혁 김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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