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허영심

한겨레 2021. 2. 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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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글을 쓰는 일 같은 것은 시간 낭비다.

그럼에도 왜 쓰는가? 조지 오웰은 저서 <나는 왜 쓰는가> 에서 글을 쓰게 되는 충동을 네가지로 설명했다.

내 글이 신문에 실리면 주변 사람들의 칭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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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마당ㅣ나도 쓴다

신수민 학생 제공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무엇을 써야 할지 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유 주제’만큼 난감한 것은 없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봤다. 하지만 이것들이 쓰일 만한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재미가 없을까 걱정됐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좋아해줄지도 의문이었다. 선택은 더욱 힘들어져만 갔다.

글을 쓰기에 내 나이가 적절한지도 모르겠다. 조금 웃기는 말처럼 들린다. 나는 19살이다. 대입을 앞둔 수험생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시기다.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맞다. 글을 쓰는 일 같은 것은 시간 낭비다.

그럼에도 왜 쓰는가? 조지 오웰은 저서 <나는 왜 쓰는가>에서 글을 쓰게 되는 충동을 네가지로 설명했다. 나는 그중 첫번째다. 오웰은 그들의 동기가 이기심이라 말했다. 그들은 똑똑해 보이고 싶거나,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거나, 사후에 기억되고 싶거나, 자신을 푸대접한 어른들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어 하는 자들이다.

맞다. 나는 그런 인간이다. 나는 태생적으로 허영심이 강하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도 단순하다. 내 글이 신문에 실리면 주변 사람들의 칭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그럴듯한 주제를 선정하려 노력했다. 있어 보이고 싶기 때문이었다. 부끄러운 고백이다.

문득 생각했다. ‘이럴 필요가 있나?’ 알 사람은 알 것이다. 꾸며낸 것은 티가 난다.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말이다. 보는 사람에게 어색함을 느끼게 한다. 나는 그런 것이 싫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은 더욱 싫다. 그래서 그냥 고백하기로 결심했다. ‘무엇을 쓸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이게 맞는 것 같다.

이 결론에 다다르는 데까지 오래 걸렸다. 처음에 구상했던 글은 이런 내용이 아니었다. 어쩐지 허무하다. 하지만 후련한 마음이 더 크다. 적어도 이 글에는 억지스러운 내용과 어설픈 교훈은 없다. 그것으로 만족한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으로 무언가를 쓰는 것이 조금 우스꽝스럽기는 하지만 말이다.

신수민(서울 진명여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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