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콜센터 상담사 85% '우울증 위험'
[경향신문]
국민건강보험 가입자 상담 업무를 하는 콜센터 상담사 대다수가 정신적·신체적 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민영화로 인한 성과 경쟁이 근본 원인이라며 건강보험공단의 고객센터 직접 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 건강한노동세상은 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8월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는 전체 노동자 1600여명 중 건보 고객센터지부 조합원 796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5%가 우울증 평가 척도(PHQ-2) 총점 6점 중 2점 이상으로 우울증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심리적 스트레스(PWI)는 고위험군 67.2%, 잠재적 스트레스군 32.8%로 평가됐고, 건강군은 없었다.
고객, 공단 직원, 관리자로부터 업무상 괴롭힘을 당했는지도 조사됐다. 무리한 요구 경험은 고객(93.0%), 공단 직원(29.4%), 관리자(22.6%)로부터 겪었다는 답변이 많았다. 인격무시 발언 주체 또한 고객(87.2%), 공단 직원(53.9%), 관리자(18.2%) 순이었다.
신체적 질환을 겪고 있다는 답변도 많았다. 응답자의 99.4%가 적어도 한 곳 이상의 신체부위에서 근골격계 질환 관련 자각증상과 통증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가적인 검진이 요구되는 대상자는 79.3%에 달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는 높았다. 점심시간을 제외한 하루 평균 휴게시간은 30분 미만이 90% 이상이었고, 10분도 안 된다는 답변도 33.7%였다. 콜센터 노동자 직무스트레스 관리 지침에서는 1시간마다 5분 또는 2시간마다 15분의 휴식을 권장한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11개 민간 위탁업체 소속이다. 5년차 상담사인 김하나씨(35)는 “민간업체들이 2년마다 공단과 계약을 맺기 때문에 실적이라는 이름으로 상담사를 옥죈다”며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하면 무조건 1초 안에 전화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입사 후 목, 어깨 손목이 아프고 극심한 복통으로 진통제 없이는 결딜 수 없게 됐지만 병원에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아니냐’는 말 외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했다”며 “모든 상담사들이 무한경쟁하는 민간위탁 구조로는 양질의 상담을 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상담사들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건강하지 못하다”며 “성과 경쟁 중심인 고객센터 관리 시스템 개선과 노동자 건강·안전 보장을 위한 공단의 직접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보 고객센터지부는 공단 직영화를 요구하며 지난 1일부터 파업 중이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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