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규직 전환 올인하느라..마사회, 작년 신입공채 한명도 못했다

오찬종 2021. 2. 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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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5100명 정규직 전환
코로나에 경마장 문닫아도
구조조정도 못하고 빚더미
비용 늘어난 공기업들 '긴장'
마사회, 알바생 정규직化 매달리다가..
지난해 신입채용 0명
문재인정부의 지침에 따라 대규모 정규직 전환을 실시했던 한국마사회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며 눈물의 호소문을 내놨다. 대전과 서울 워커힐 등 지점 2곳을 폐업하고 대전화상경마장 건물을 매각하기로 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세웠지만 대규모 외부 차입이 불가피하다는 게 마사회 입장이다.

코로나19라는 예상 밖의 위기 상황을 맞아 경마장 운영이 중단된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본질적으론 문재인정부의 무리한 정규직 전환이 부메랑처럼 돌아온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8일 마사회에 따르면 마사회노동조합은 '마사회법 개정 호소'를 위한 이 같은 내용의 호소문을 국회에 전달했다. 마사회노조는 호소문을 통해 "정부 정책에 따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5100명 수준"이라면서 "이를 위한 자회사 설립비 등 늘어난 비용 증가 부담으로 고용 유지마저 걱정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간 한국마사회는 문재인정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 노선에서 단연 선두에 섰다. 절대 정규직 전환 숫자로는 한국전력공사(8237명) 한국도로공사(6959명) 한국철도공사(6163명) 등이 더 많지만 전체 비정규직 숫자 대비 정규직 전환율은 공기업 중 1위였다. 고용노동부 등 부처가 비정규직 전환 대책을 논의할 때마다 '우수 사례'로 계속 회자됐을 정도다.

문제는 코로나19 위기 속 변신 기회조차 잡지 못할 정도로 몸집이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졌다는 것이다. 마사회에서 급격하게 늘어난 정규직 전환 인원수는 전체 총원을 넘어선다. 기존에 아르바이트로 근무했던 경마지원직 대부분이 정규직이 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경마장 영업이 중단되면서 이들은 사실상 일을 하지 않는 상태다. 마사회 관계자는 "경마지원직을 위한 고정비용이 연간 수백억 원에 달한다"고 호소했다.

마사회 측은 "경마가 언제 재개될지 불투명하고 시장도 급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온라인 마권 발매가 도입되고 인원을 재배치해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사회는 지난해 2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8개월 동안 일반 관중을 대상으로 한 경마 경기가 전면 중단되면서 마사회의 주 수입원인 마권 판매 수입이 끊겼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마사회는 4500억여 원 적자라는 최악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1949년 설립된 마사회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6·25전쟁 때를 제외하곤 지난해가 처음이다.

경영 위기 상황에 놓이자 오히려 양질의 일자리인 마사회 신입 공채는 가뭄이 닥쳤다. 한국 마사회는 지난해 비상대비인원을 제외하고는 공채를 뽑지 못했다. 2015년 마사회 신입사원은 61명이었다. 그렇다고 정규직 전환이 된 경마지원직도 만족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평시에도 주 40시간 이하로 근무하기 때문에 자진 퇴사율이 40%를 넘어선다. 젊은 층에게 제대로 된 양질의 일자리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당사자들과 회사 모두 족쇄가 된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정규직화의 문제는 유연성 악화뿐만이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술 개발에 따라 기초 업무가 시시각각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경직된 공기업은 효율성에 독이 된다. 한국전력의 경우 최근 전환한 검침 인력 절반은 2년 안에 할 일이 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침원 없이도 전력 사용을 확인할 수 있는 원격검침인프라(AMI) 보급을 2022년까지 완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AMI 도입으로 해당 업무가 필요 없어지는 시점에 자회사까지 만들어 검침 인력 전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한전의 '검침 자회사 역무 정립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AMI를 도입하면 현재 5065명인 검침 관련 인력 중 2453명이 할 일이 없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AMI는 올해 말까지 도입 예정이었지만 기술 호환성 문제로 2022년까지 도입을 미뤘다. 2022년까지 퇴직하는 인원 1129명을 제외해도 1324명은 그냥 놀아야 한다.

AMI는 전기계량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구축하면 검침원이 직접 방문해 전기계량기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한전측은 "보안이슈 등의 문제로 AMI 보급일정이 '24년 이후로 변경될전망이고 추후 유휴인력은 600명(지점당 1~3명)으로 예상되나, 이를 대비해 대체직무 개발 특별팀 (TF)을 만들어 유휴인력이 수행할 수 있는 직무를 마련중 이다" 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권의 공공기관 정규직화는 가장 큰 정책 목표 중 하나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발표한 이후 코로나19 직전인 작년 1월까지 공공기관 비정규직 총인원의 67%를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계획 인원 대비 104.6%의 전환을 결정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전환의 상당수가 마사회 경마지원직처럼 기존엔 아르바이트 형태로 근무하던 단순노동직이라는 사실이다. 이들 직군은 경영 상황 변화나 기술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운용돼 왔는데 정규직화가 결정되면서 경직도가 심해지고 갈등만 커졌다.

시작은 인천국제공항이다. 무리한 정규직화를 강행하다가 기존 근로자 수십 명이 해고되고 취업준비생의 분노를 초래한 '인국공 사태'까지 빚어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은 지난 2일 신임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 취임 당일에도 김 신임 사장과 대치하며 정규직 전환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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