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은행·보험은 1%인데..연금서 50% 수익낸 증권사

문지웅 2021. 2. 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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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상위 5% 계좌 평균
테마형ETF·주식형펀드 담아

◆ 연금 지각변동 ① ◆

'천덕꾸러기'로 여겨지던 연금계좌에서 지난해 '50% 수익률'이라는 놀라운 성적표가 나왔다.

8일 미래에셋대우의 '개인연금·퇴직연금 계좌 현황'을 단독 입수한 결과 수익률 상위 5% 고객의 지난해 투자수익률은 50.5%에 달했다. 지난해 급등세를 탄 코스피의 연간 수익률이 30.75%였는데 이보다 20%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국내외 유망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골고루 자산을 배분해 투자하는 연금 상품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반면 지난해 은행이나 보험사에 맡긴 원리금 보장형 연금의 연간 수익률은 1%대에 그쳤다. 미래에셋의 수익률 상위 5% 연금계좌는 국내외 주식형 펀드와 미래 산업을 주도하는 테마형 ETF를 골고루 담아 높은 수익을 거뒀다. 미래에셋에 따르면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계좌에서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진 '미래에셋G2이노베이터펀드'의 지난해 수익률은 70%가 넘는다. 2차전지 관련 주식을 담은 ETF의 지난해 수익률은 100%에 육박했다. 김기영 미래에셋대우 연금솔루션본부장은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 고객들이 드디어 투자수익률에 눈을 떴다"며 "연금계좌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연금 무브 현상은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ETF 담으니 연금 수익 쏠쏠하네"…증권사로 年1조 대이동

"1% 수익률 벗어나자" 돈 몰리는 증권사 연금계좌

증권사 연금, ETF 투자 비중
2019년 3%서 올 12%로 껑충
투자잔액 2.2조로 1년새 6배

개인·퇴직연금 합쳐 600조원
아직 80%는 예금 등에 '방치'

은행·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연금 계좌를 옮기는 고객이 늘고 있다. 8일 미래에셋대우 센터원지점 고객 창구에서 한 남성이 연금 상품에 대한 투자 안내를 받고 있다. [이승환 기자]
40대 직장인 A씨는 2009년 12월 은행에서 연금에 가입했다. 예금·채권 혼합형 펀드로 운용했는데 10년간 수익률이 10%에 불과했다. A씨는 2019년 8월 증권사를 찾아가 상담을 진행한 후 2차전지·전기차·반도체 등 장기 성장 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가입했다. 1년5개월이 지난 현재 수익률은 42.5%에 이른다.

지난해부터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연금 계좌가 대거 이동하고 있는 이유는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비로소 투자에 눈을 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 1%대 수익률을 도저히 못 견디겠다는 연금 고객이 증권사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3개 대형 증권사에 따르면 개인이 은행·보험사에 가입한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중 지난해 증권사로 이동한 계좌는 3만6961건, 1조227억원에 이른다. 은행 예금이 줄고 증권사 고객 예탁금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초저금리 상황이 계속되는 한 원리금 보장 상품에 더 이상 방치하는 것은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개인투자자가 부쩍 늘고 있다.

8일 3대 대형 증권사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은행·보험사에서 잠자던 개인·퇴직연금이 증권사로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증권사 계좌로 이동한 연금 자금으로 가입자들이 직접 주식투자는 할 수 없다. 수익률은 연 4~5%를 목표로 하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야 한다.

최근 연금 계좌를 증권사로 바꾼 가입자들은 국내와 해외 성장기업을 담은 ETF 투자를 크게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령에 따라 글로벌 자산배분을 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나 글로벌 주식·채권에 분산투자하는 ETF 자문형 포트폴리오(EMP) 펀드 등도 핵심 투자 상품으로 꼽힌다.

실제로 3대 증권사에 따르면 개인·퇴직연금 계좌에서 ETF에 투자하는 비중이 2019년에는 전체 연금의 3.0%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0.1%로 급증했다. 그리고 이 비율은 올해 1월 12.2%까지 높아졌다. 이들 3개사 연금 상품에서 ETF로 유입되는 투자액은 2019년 3942억원에서 올해 1월 2조2211억원으로 부쩍 불어났다.

김기영 미래에셋대우 연금솔루션본부장은 "연금 가입자들은 연말정산 세제 혜택만 신경을 쓰고 수익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며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서 2차전지·바이오 등 다양한 테마형 ETF가 쏟아지면서 연금 계좌를 통한 ETF 투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입자가 직접 연금을 운용할 때는 국내외 주식과 채권 등에 골고루 분산투자하는 국민연금 포트폴리오를 참고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미래에셋대우 수익률 상위 5% 계좌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봤더니 지역으로 미국·중국과 산업으로는 2차전지 관련 펀드·ETF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미래에셋 전체 연금 계좌에서 지난해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진 상품은 'TIGER 미국나스닥100'으로 해당 ETF의 지난해 수익률은 37.7%에 이른다. 비중이 두 번째로 높은 'TIGER 차이나CSI300'도 지난해 22.6% 수익을 올렸다. 미국 기술주 주가가 가파르게 올라 연금 투자자들의 투자가 많이 이뤄진 'KODEX 미국FANG플러스'도 10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아직도 다수의 연금계좌는 잠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연금 350조원과 퇴직연금 250조원 등 총 600조원 중 실제로 주식형 ETF나 펀드 등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자산은 20%도 안 되는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파악한다. 대략 500조원의 연금은 여전히 예·적금이나 현금 등에 예치돼 있다는 뜻이다.

■ <용어 설명>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ETF) :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게 만든 금융 상품이다.

▷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TDF) :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설정하면 생애 주기에 따라 주식과 채권 등의 투자 비중을 조정해주는 펀드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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