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 이동 사다리가 열려 있는, 희망 있는 사회를 위해"

한겨레 2021. 2. 8. 17: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ㅣ교육불평등 해소 법안 발의 강득구 의원
서울대생 고·저소득층 62.6% 대 18.5%
영재학교 신입생도 수도권 상위 10대
시·구 출신 비율이 43.6% 차지
"교육불평등 해소하면 우리 사회에
희망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
강득구 의원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교육불평등 해소 법안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득구 의원실 제공

“한국 사회에 희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희망이 없는 사회가 되면 안 되지 않습니까. 노력한 만큼 보람이 있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교육이 사회 모순과 불평등을 해소하는 중심은 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면 우리 사회에 희망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22일 ‘교육불평등 해소 법안’을 대표발의한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의 말이다.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하기보다 오히려 부모의 부를 자녀에게 대물림하는 촉매제가 돼 우리 사회의 소득 불평등을 심화·고착시키고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대학 입시가 개인의 노력보다는 부모의 경제적 소득 등 외부적인 요인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들고 있습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교육부가 교육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하고 △관계 중앙행정기관은 기본계획에 따라 소관 분야에 대한 연도별 교육불평등 해소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며 △교육부는 교육불평등 지표 및 지수를 개발해 공개하고 △이를 위한 실태조사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교육불평등 해소를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전면적인 실태조사 자료는 없지만, 우리 사회 교육불평등을 엿볼 수 있는 현상은 넘친다. 강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2020년 대학별 국가장학금 신청자 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4년제 대학 재학생은 고소득층 비율이 39.5%, 저소득층이 30.1%로 나타났다. 그러나 서울 15개 대학으로 좁히면 고소득층 비율이 51.2%로 저소득층(23.9%)보다 2.1배 높았으며, 범위를 서울대·고려대·연세대로 한정하면 고소득층 비율이 56.6%로 저소득층(21.5%)보다 2.6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대는 그 비율이 각각 62.6%와 18.5%로 3.4배 차이가 났다.

소득에 따른 이런 격차는, 고등학교부터 나타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분석 결과, 영재학교-과학고-국제고-외고-자사고-일반고로 서열화되어 있는 고교 입학도 수도권, 특히 학원 밀집 시·구 쏠림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대 신입생의 출신 고교 유형별로는, 일반고가 49.9%, 자율고 19.5%, 외국어고 10.1%, 영재학교는 8.3%의 비율을 보였다. 그러나 고교 유형별 학생 수 대비 서울대 신입생 비율은 영재학교 38.5%, 과학고 7.5%, 외고·국제고 5.0%, 자율고 1.5%, 일반고는 0.3%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전국 8개 영재학교 입학자의 출신 중학교를 분석한 결과, 서울과 경기 지역 출신이 전체(828명)의 68.5%(567명)를 차지했으며, 특히 수도권 상위 10개 시·구 입학생이 43.6%(361명)를 차지했다. 상위 10개 시·구는 서울 강남·양천·노원·서초·송파구, 경기의 성남·고양·용인·안양·수원시로, 대표적인 학원 밀집지역이다.

9개 전국 단위 자사고도 전체 입학생 2418명 중 53.9%인 1304명이 서울·경기·인천 출신이었으며, 특히 외고 입학생의 90.3%, 민사고 79.7%, 상산고 59.4%가 서울·경기 출신이었다.

그리고 2019년 신경민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실시한 희망고교 유형별 사교육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단위 자사고를 희망하는 학생의 69%가 월평균 100만원 이상의 고액 사교육비를 지출했다.

“법안은 교육불평등 해소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선언적 의미가 큽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실태조사 등을 통한 구체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체적 정책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초선인 강 의원은 이 법 외에도 기초학력보장법안과 학교밖 청소년 보호·지원을 위한 법안, 중도중복장애 학생의 건강권을 위한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발의하는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육 문제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의 아버지는 공장 노동자였다. 중학교 때 신문배달을 했다는 그는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중학교 때 안양 5개 학교 간부급 학생들이 협의회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그 대표로 제가 거론되면서 경찰서 정보과가 알게 되고, 당시 한 선생님에게 한달 반 동안 매일 심문을 받게 됐어요. 그런데 같은 재단 소속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그 선생님도 옮겨 오게 돼 그 선생님 수업을 앞두고는 전날부터 가슴이 뛰고 견디기가 힘들더라고요.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게 됐죠. 그런 경험을 통해서 교사들이 노동자인 건 맞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노동자 플러스 알파이고, 그 알파가 사람을 나락으로 빠뜨릴 수도, 구원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그래서 그는 1998년 35살의 나이로 경기도의원에 당선됐을 때부터 세차례 도의원을 지내면서 줄곧 문교위원을 지원했다고 한다. 국회의원이 된 뒤 인기가 없는 교육위원을 자원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30년대 미국에서 고교 무상교육을 처음 실시한 것이 미국의 부흥을 만드는 초석이 됐다고 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제력이 낮은 지역의 교육예산을 2배 증액하겠다고 공약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미국 공화당이 격차를 묵인하거나 방조한 데 비해 민주당은 불평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거죠. 한국 사회에서는 불평등이 훨씬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교육불평등은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이 부분을 고민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이 고민해온 문제인데, 과연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야 할까? 물어봤다.

“교육불평등은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연결돼 있어, 냉정하게 보면 단박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교육 외적인 정책들이 함께 가야 합니다. 우선 대학 서열화 체제가 깨지지 않으면 교육불평등 해소가 힘들고, 대학 입시제도가 서열화를 만드는 큰 요인입니다. 여기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거대담론을 포함해 구체적인 부분까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내년에 대선이 있는데, 이것이 주요 의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계층 이동 사다리가 열려 있는, 희망이 있는 사회로 가는 게 제 바람이고, 제가 정치하는 이유입니다.”

김인현 객원기자 inhyeon01@gmail.com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