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증권사로 옮겼더니 1년반새 42.5% 수익"..年 1조원이 갈아탄다
증권사 연금, ETF 투자 비중
2019년 3%서 올 12%로 껑충
투자잔액 2.2조로 1년새 6배
개인·퇴직연금 합쳐 600조원
아직 80%는 예금 등에 '방치'
◆ 연금 지각변동 ① ◆
지난해부터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연금 계좌가 대거 이동하고 있는 이유는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비로소 투자에 눈을 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 1%대 수익률을 도저히 못 견디겠다는 연금 고객이 증권사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3개 대형 증권사에 따르면 개인이 은행·보험사에 가입한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중 지난해 증권사로 이동한 계좌는 3만6961건, 1조227억원에 이른다. 은행 예금이 줄고 증권사 고객 예탁금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초저금리 상황이 계속되는 한 원리금 보장 상품에 더 이상 방치하는 것은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개인투자자가 부쩍 늘고 있다.
최근 연금 계좌를 증권사로 바꾼 가입자들은 국내와 해외 성장기업을 담은 ETF 투자를 크게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령에 따라 글로벌 자산배분을 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나 글로벌 주식·채권에 분산투자하는 ETF 자문형 포트폴리오(EMP) 펀드 등도 핵심 투자 상품으로 꼽힌다.
실제로 3대 증권사에 따르면 개인·퇴직연금 계좌에서 ETF에 투자하는 비중이 2019년에는 전체 연금의 3.0%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0.1%로 급증했다. 그리고 이 비율은 올해 1월 12.2%까지 높아졌다. 이들 3개사 연금 상품에서 ETF로 유입되는 투자액은 2019년 3942억원에서 올해 1월 2조2211억원으로 부쩍 불어났다.
김기영 미래에셋대우 연금솔루션본부장은 "연금 가입자들은 연말정산 세제 혜택만 신경을 쓰고 수익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며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서 2차전지·바이오 등 다양한 테마형 ETF가 쏟아지면서 연금 계좌를 통한 ETF 투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입자가 직접 연금을 운용할 때는 국내외 주식과 채권 등에 골고루 분산투자하는 국민연금 포트폴리오를 참고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미래에셋대우 수익률 상위 5% 계좌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봤더니 지역으로 미국·중국과 산업으로는 2차전지 관련 펀드·ETF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미래에셋 전체 연금 계좌에서 지난해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진 상품은 'TIGER 미국나스닥100'으로 해당 ETF의 지난해 수익률은 37.7%에 이른다. 비중이 두 번째로 높은 'TIGER 차이나CSI300'도 지난해 22.6% 수익을 올렸다. 미국 기술주 주가가 가파르게 올라 연금 투자자들의 투자가 많이 이뤄진 'KODEX 미국FANG플러스'도 10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아직도 다수의 연금계좌는 잠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연금 350조원과 퇴직연금 250조원 등 총 600조원 중 실제로 주식형 ETF나 펀드 등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자산은 20%도 안 되는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파악한다. 대략 500조원의 연금은 여전히 예·적금이나 현금 등에 예치돼 있다는 뜻이다.
■ <용어 설명>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ETF) :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게 만든 금융 상품이다.
▷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TDF) :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설정하면 생애 주기에 따라 주식과 채권 등의 투자 비중을 조정해주는 펀드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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