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이어 '차박'도 공유.."비싼 캠핑카 빌려서 타요"

신현규 2021. 2. 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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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캠핑카 공유 플랫폼 '아웃도어시'의 경이로운 전략
차박 더 쉽고 편하게
코로나로 해외 못나가자
근거리 차박여행 수요 폭발
캠핑카 소유주·공유 수요 연결
착한 입소문도 주효
지난해 5월 의료진 위한
1박 무료혜택에 응원 쏟아져
전체 고객의 93%가 첫 클릭

◆ MK 인더스트리 리뷰 ◆

코로나19가 길어지자 간편하게 차박여행을 즐길 수 있는 미국 캠핑카 공유 플랫폼 회사 `아웃도어시`의 예약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 [사진 제공 = 아웃도어시]
미국 실리콘밸리에 거주하는 엔지니어 수딥 나그 씨(48)는 지난해 8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미국 중부 쪽에 있는 국립공원으로 여행을 떠났다. 당시만 하더라도 미국은 코로나19로 여행이 불안한 상황이었다. 그들에게 비행기를 타고 호텔에 숙박하는 기존 여행 방식은 꺼림직했다. 여름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던 나그 씨네 가족이 택한 것은 캠핑카였다. 나그 씨는 "외부 화장실이나 호텔, 비행기 등보다 소독된 실내를 갖고 있는 캠핑카가 훨씬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캠핑카가 없는 우리는 캠핑카 공유 사이트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장거리 해외여행은 줄어든 반면 근거리 야외 여행은 늘었다. 그 혜택을 고스란히 보고 있는 회사가 있다. 에어비앤비처럼 캠핑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회사 '아웃도어시'가 그 주인공이다. 코로나19가 심각해진 지난해 초 미국 전역에서 국립공원들이 문을 닫으며 '아웃도어시'는 수많은 사람이 캠핑카 예약을 취소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제프 캐빈스 아웃도어시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그러나 각종 출입 제한이 없어지고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기 시작하면서 예약이 급증하는 것을 관찰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때 그는 직감했다고 한다. "2020년은 여행용 차량(RV)의 해가 되겠구나"라고. 캐빈스 CEO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위협으로 사람들이 비행기와 호텔을 꺼리게 됐다"며 "그 대신 자신이 이용하고 싶은 만큼 객실, 주방, 화장실, 샤워실 등을 빌리면서 대자연에 뛰어들 수 있는 캠핑카로 여행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강력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음을 직감한 이 회사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기준에 따라 캠핑카 청결을 유지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코로나19가 길어지자 간편하게 차박여행을 즐길 수 있는 미국 캠핑카 공유 플랫폼 회사 `아웃도어시`의 예약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 [사진 제공 = 아웃도어시]
여기까지는 당연한 조치다. 그런데 결정적인 한 발을 내디뎠다. 지난해 5월 실시한 '헬스케어 히어로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마주하며 직접적으로 싸워야 하는 간호사, 의사 같은 사람이 캠핑카를 예약하면 1박을 공짜로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시는 이런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 고통을 받고 있다는 뉴스가 쏟아지던 때였다. 모두 1500여 명에게 진행한 무료 프로그램은 큰 효과를 낳았다. 우선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약 9만건의 소셜미디어 응원이 '아웃도어시'에 쏟아졌다. 인스타그램 폴로어는 2만명 정도 늘었다. 지난해 5월 한 달 동안 이 회사에 유입된 전체 고객의 93%가 과거 '아웃도어시'를 쓰지 않던 신규 고객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캠핑카 소유주 600명 이상이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내어주겠다고 자진해서 나섰다. 아예 무료로 빌려주겠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직원들 만족도도 올라갔다. 캐빈스 CEO는 "RV 커뮤니티는 물론 우리 팀 멤버 모두에게서 불이 붙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공동체를 위해 좋은 일을 하겠다는 노력이 고객은 물론 캠핑카 오너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일으켰고 결국 직원들까지 춤추게 하는 선순환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하던 지난해 3~7월 '아웃도어시'를 통한 캠핑카 예약 건수는 4500% 성장했다. 6월 한 달간 캠핑카 예약건수는 전년 대비 400% 늘어났다. 여름뿐만 아니라 노동절(9월 6일·400%), 추수감사절(11월 26일·129%) 등 휴일기간에도 예약 건수는 세 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다.

캐빈스 CEO는 "무엇을 하든 우리가 하고자 하는 가치에 맞게 일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아웃도어시'는 △고객이 항상 먼저다 △옳은 일을 한다 △간단명료하며 긍정을 확산한다 △이긴다 △세상의 장기적 변화를 원한다 △감사를 받으면 되돌려 준다 등과 같은 가치를 갖고 있다.

물론 미국 등 해외에서는 '아웃도어시' 외에 'RV 셰어' 등 여러 캠핑카 공유 사이트가 등장했다. 그러나 내 집 주변에 있는 다양한 캠핑카를 골라서 탈 수 있다는 점이 '아웃도어시'의 큰 강점이다. 또한 초심자여도 지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장점 중 하나다. '아웃도어시' 관계자는 "방대한 고객 지원 네트워크가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캠핑카 대여자들은 24시간 도로 지원을 받게 되며 100명 이상 전문가에게 자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캠핑카를 빌리고 싶어하는 고객 수요가 늘어나니 캠핑카 오너들도 보다 쉽게 부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미국에서 캠핑카 오너들이 차량을 직접 운행해 야외로 나가는 기간은 연평균 2주일에 불과하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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