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 살인 주범, 공범에 책임 미뤄"..징역 17년 추가 선고

태국서 불법 도박사이트 프로그래머 잔혹 살해한 조폭 김씨
공범, 현지서 '15년'..재판부 "사이트 운영 김씨, 동기 더 커"

[경향신문]

태국에서 자신이 고용한 불법 도박사이트 프로그래머를 잔혹한 폭행과 고문 후 살해한 ‘파타야 살인 사건’의 범인이 징역 17년의 중형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양철한)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37)에 대해 징역 17년을 선고하고, 10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김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감금, 마약 복용 등 혐의로 징역 4년6개월형이 이미 확정된 상태다.

김씨는 태국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중 프로그래머로 고용한 한국인 임모씨(당시 25세)를 파타야에서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차 안에 방치해 리조트 주차장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국내 폭력조직원이던 김씨는 2015년 9월 임씨를 고용해 태국으로 부른 후 업무 처리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임씨를 지속적으로 폭행했다. 김씨는 도박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공범 윤모씨(38)와 함께 같은 해 11월19일 방콕에서 파타야로 차를 타고 가며 임씨를 둔기 등으로 때렸다. 사망한 임씨는 뇌가 심하게 붓고 갈비뼈 7개가 부러져 있었다. 몸 곳곳에 잔혹한 고문의 흔적도 남았다.

김씨는 재판에서 윤씨가 임씨를 숨지게 했다며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 차에는 김씨, 임씨, 윤씨 세 사람만 타고 있었다. 윤씨는 김씨에게, 김씨는 윤씨에게 책임을 미뤘다.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한 가해 행위의 동기는 피고인이 더 크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며 주범은 김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이 도박사이트 운영을 위해 한국에서 데려온 사람이고, 업무 과정에서 피해자를 앞서 폭행한 사실이 있다”며 “피해자의 행위로 직접적인 이득을 얻는 사람은 피고인이라는 점에서 윤씨보다 그 이해관계가 더 직접적”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윤씨의 경우 자신이 직접 살해하지 않았지만 태국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는데 윤씨보다 책임이 커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파타야 살인 사건은 국내 사법권이 닿지 않는 태국에서 벌어져 수사와 재판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공범이자 증인인 윤씨는 사건 직후 태국 경찰에 자수해 징역 15년형을 받고 현지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김씨는 범행 후 베트남으로 도피해 수사망을 피해오다 2018년 4월에야 국내로 송환됐다. 검찰은 김씨의 살인 혐의를 입증할 증거 확보가 늦어져 마약 복용 등 다른 혐의로 먼저 재판에 넘겼다.

김씨 측은 지난해 태국 법정에서 진행된 윤씨에 대한 증인신문 조서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국제형사사법공조를 통해 한국 검사와 김씨 변호인이 각각 신문 관련 질문지를 태국 법정으로 보냈고 이를 기준으로 현지 판사가 윤씨를 신문했다.

재판부는 “윤씨가 태국에서 한 법정 진술은 피고인 변호사 측이 제공한 반대신문을 포함해 이뤄졌고, 윤씨가 선서한 뒤 통역이 참여한 상태로 태국 판사 앞에서 진술했기에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