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 기준, 왜 나라마다 다른가

왕해나 2021. 2. 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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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각국서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 논란
한국, 최종점검위와 예방접종위 거쳐 결정
미국 FDA는 '데이터 부족' 이유로 허가 지연
"백신주권, 국제사회 힘겨루기와도 관련"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국내에서 가장 빨리 허가 심사가 이뤄지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을 64세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고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변이에 대해서는 효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용을 보류하는 나라도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문기구 내에서는 의견이 갈리면서 질병관리청이 접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유럽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고령층 접종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9일 유럽연합(EU)은 유럽의약품청(EMA)의 권고에 따라 18세 이상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EU 내 조건부 판매를 승인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사진=로이터)
다만 EU 회원국 내에서도 접종연령은 각 국이 판단하게 돼 있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효능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만 65세 미만 접종을 권고했다. 핀란드는 70세 미만 접종을, 폴란드는 60세 미만 접종을 권고했다. 벨기에는 대상 연령대를 55세 미만으로 더 낮췄다. 이탈리아는 55세 미만 우선 사용을 권고했다. EU 비회원국 중 노르웨이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세 이상에는 접종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스위스는 승인 자체를 거부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자 사용 논란이 불거진 것은 65세 이상 임상시험 자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데서 시작됐다. 임상시험 대상자 중 만 65세 이상 고령자는 10% 이하였다. 화이자·모더나 백신 임상시험에서 65세 이상 비율이 각각 21%, 25%인 데 비해 낮은 수치다.

더욱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는 효능이 제한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승인을 보류하는 나라도 나오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을 공동개발한 영국 옥스퍼드대의 최근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두 차례 접종하는 방식으로는 남아공 변이로 인한 경증과 중등증 발현을 막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공은 이달 중순부터 접종을 개시할 예정이던 백신 접종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허가 심사를 하고 있는 식약처는 고령층 접종 판단을 유보한 상태다. 식약처의 첫 번째 자문기구인 자문 검증단에서는 고령자에 대한 투여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지만 두 번째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는 고령자 효과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령층 접종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오는 10일 식약처의 최종점검위원회, 이후 질병청의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거쳐 결정될 방침이다. 질병청에서는 접종계획을 변경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고령자에 효과가 없다는 게 아니라 효과를 판단할 결과가 충분치 않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식약처의 최종점검위원회를 통해 허가 내용을 결정할 예정이고,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통해 접종계획을 조정할 건지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효과 논란이 백신주권과 관련된 국가간 신경전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심사를 미루고 있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가 미국 내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일부 이상반응이 나왔고 회사는 임상시험을 잠시 중단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해당 이상반응이 백신과 관련이 없다는 증거자료를 제출했지만 FDA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심사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은 화이자와 모더나를 긴급사용승인해 접종하고 있다. 또다른 미국제약사 존슨앤존슨 역시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다.

유럽 국가들 가운데서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를 제외하고 승인단계에 진입한 제약사는 눈에 띄지 않는다. 독일 머크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포기한 상황이고 프랑스 사노피는 올해 후반까지 코로나19 백신 출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약학대학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논란은 국제 사회의 힘겨루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스트라제네카는 전 세계 60억명 인구의 절반인 30억명분을 생산할 계획이며 가격 또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4달러)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상온에서도 유통이 가능해 콜드체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각 국에서 인정받기 시작하면 세계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어 견제가 작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왕해나 (haena0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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