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종 때 광화문 걸린 '조선궁궐 문배도' 실물 첫 확인

김상운기자 2021. 2. 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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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복원 과정에서 광화문에 걸린 조선궁궐의 '문배도(門排圖)' 실물이 처음 확인됐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 조선 후기 기록에 전하는 궁궐 문배도가 구한말 촬영사진을 통해 실체가 확인된 것이다.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이 광화문 촬영사진을 태극기와 함께 북쪽 벽에 걸어놓은 것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문화재청은 미 의회도서관 소장 사진과 화경당 문배도를 바탕으로 고증 재현한 궁궐 문배도를 설 연휴(11~14일) 광화문에 붙여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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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잡지 데모레스트 패밀리 매거진 1893년 7월호에 실린 미국 워싱턴의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내부 사진(위쪽 사진). 북쪽 벽에 태극기와 함께 구한말에 촬영한 광화문 사진이 걸려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복원 과정에서 광화문에 걸린 조선궁궐의 ‘문배도(門排圖)’ 실물이 처음 확인됐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 조선 후기 기록에 전하는 궁궐 문배도가 구한말 촬영사진을 통해 실체가 확인된 것이다. 문배도는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벽사(辟邪)의 의미를 담아 문에 붙이는 그림으로, 우리 전통 세시풍속 중 하나다.

8일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미국 잡지 ‘데모레스트 패밀리 매거진’(Demorest‘s Family Magazine) 1893년 7월호에서 구한말 광화문을 촬영한 흑백사진이 발견됐다. 이 잡지는 그해 미국 워싱턴에 있는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내부를 찍었는데, 이때 북쪽 벽면에 태극기와 함께 걸린 광화문 사진이 촬영된 것. 재단은 이 ’사진 속 사진‘을 미국 디지털 아카이브 자료와 1년간 비교 조사해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원본 사진을 찾아냈다.

고종 재위 기간으로 조미수교가 체결된 1882년경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원본 사진은 광화문 앞에 군중들이 모여 있는 장면을 담고 있다. 이 중 광화문만 확대해보면 약 3m 길이의 흰색 종이에 부리부리한 눈에 험상궂은 얼굴의 장군상을 그린 그림이 문에 붙어있다. 마치 불교 신장(神將)상과 비슷한 모습의 ’금갑장군(金甲將軍·금빛 갑옷을 입은 장군)‘이다. 19세기 홍석모는 동국세시기에 “도화서(조선시대 그림 그리는 일을 담당한 관청)는 (연초에) 황금빛 갑옷을 입은 두 장군상을 그려 임금에게 바치는데 한 장군은 도끼를 들고, 다른 장군은 절(節)을 들었다. 이 그림을 모두 대궐문 양쪽에 붙인다”고 기록했다.

고종 재위 기간인 1882년경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광화문 촬영 사진(위쪽 사진)을 확대해보면 흰색 종이에 그려진 부리부리한 눈의 ‘금갑장군’ 문배도를 확인할 수 있다(아래).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원본 사진에서 광화문에 붙은 금갑장군 그림은 위쪽 3분의 1만 온전하고 나머지 아랫부분은 찢겨진 상태다. 김윤정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문배도는 풀에 발라 문 위에 붙이는 게 보통”이라며 “비바람이 들이쳐 그림이 찢겨나가도 중간에 떼지 않았음을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 풍산 류씨 본가(화경당)에 소장돼 있는 ‘문배도’. 사가(私家)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문배도 중 유일한 완본이다.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이 광화문 촬영사진을 태극기와 함께 북쪽 벽에 걸어놓은 것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재단 관계자는 “북쪽은 왕을 상징한다. 워싱턴에 파견된 대한제국 관료들이 고종이 머무는 광화문 사진과 국가 상징인 태극기를 향해 예를 갖췄을 것”이라고 말했다.

궁궐에서 그리던 문배도는 조선후기 들어 민간에도 널리 퍼졌다. 이에 따라 사가(私家)에서 그린 금갑장군 문배도 1점이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 풍산 류씨 본가(화경당)에 소장돼 있다. 현존하는 문배도 가운데 유일한 완본이다.

문화재청은 미 의회도서관 소장 사진과 화경당 문배도를 바탕으로 고증 재현한 궁궐 문배도를 설 연휴(11~14일) 광화문에 붙여놓기로 했다. 조선시대 척사의 의미를 살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의 염원을 담겠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문배도는 제거 시 훼손 가능성을 감안해 종이가 아닌 현수막 형태로 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상운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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