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용 전 KAI 대표 1심 분식회계 무죄..채용비리·횡령일부 유죄(종합)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개인적 이익 취하지 않아"
하 대표 측 "법대로 진실에 충실하게 봐준 재판장에게 감사"

하성용 전 항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5000억원대 분식회계와 채용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하성용 전 KAI 대표(69)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8일 오후 3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하 전 대표 등 8명에 대한 선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김 부장판사는 하 전 대표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일부 회계분식 유형의 경우 회계관련 처리가 회계기준에 위반됨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하 전 대표 등을 비롯한 회사직원들이 회계 분식을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형에 대해서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KAI 대표이사이자 신입사원 채용업무에 관한 최종 인사권자로 공정한 채용이 진행될 환경을 조성하거나, 잘못된 관행을 바꿀 지위에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내·외부인사의 청탁에 따라 일부 지원자의 최종 채용 여부가 변경된다는 사정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했다"고 했다.

이어 "부당 채용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하는 등 개인적인 이익을 취한 바 없는 점을 참작했다"며 "피고인은 이 사건으로 이미 1년간의 구금생활을 한 점을 고려했다"고 지적했다.

하 전 대표 등은 지난 2013~2016년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서류전형, 면접전형 탈락자 15명을 부당하게 합격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이날 김 부장판사는 하 전 대표 등이 15명의 지원자 중 14명의 지원자에 관한 업무를 방해한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로 보는 한편, 나머지 지원자 1명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또 하 전 대표가 지난 2013~2017년 1억8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임의로 사용한 부분만을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 횡령 부분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봐 무죄로 판단했다.

하 전 대표는 법인자금으로 조성한 1650만원을 개인적인 골프비용으로 사용해 횡령한 혐의, 법인자금으로 구매한 샤넬가방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 등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부장판사는 하 전 대표에게 횡령의 고의가 있거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하 전 대표 등을 비롯한 KAI 직원들이 시험평가단에 근무하는 지인들의 자녀로부터 돈을 받고, 헬기 수락시험평가에 관한 편의를 봐줬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선고가 끝난 후 하 전 대표는 '대부분 무죄가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묻는 기자들에 질문에 "재판장이 법대로 진실에 충실하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며 "(무리한 기소였는지, 검찰 구형에 비해 낮은 형이 나와서 어떤지 에 대해서는) 제가 이야기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하 전 대표는 2013년부터 2017년 7월까지 KAI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사업진행률 조작 등을 통한 분식회계 및 불법 자금 조달과 횡령, 채용비리, 협력업체 지분 차명보유 등 KAI에 제기된 경영비리 의혹 전반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한국형 전투기(KF-X)사업, 이라크 현지 공군기지 재건사업 등과 관련한 수익을 회계기준에 맞지 않게 재무제표에 선(先)반영하는 것 외에 자재 출고 조작, 손실충당금·사업비용 미반영 등을 통해 매출 5358억원, 당기순이익 465억원을 부풀린 혐의 등도 있다.

앞서 지난 결심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하 전 대표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바 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