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생들 방치한 채 어린이집서 고기 구운 보육교사들

이환직 2021. 2. 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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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한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자폐증 판정을 받은 5세 아동 등 원생들을 학대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가운데 피해 원생 부모와 장애인단체들이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 서구 A어린이집 아동학대 피해 원생 부모와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 4곳은 이날 서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 교사와 원장에 대한 엄중 처벌과 피해자 지원·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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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원생 부모들, 엄중 처벌·지원책 마련 촉구
장애아동 등 원생들을 학대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인천 한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어린이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동안 원생들이 노트북으로 영상을 보고 있다. 이 사진은 피해 아동의 부모가 공개했다.

인천 한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자폐증 판정을 받은 5세 아동 등 원생들을 학대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가운데 피해 원생 부모와 장애인단체들이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 서구 A어린이집 아동학대 피해 원생 부모와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 4곳은 이날 서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 교사와 원장에 대한 엄중 처벌과 피해자 지원·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가해 교사들은 경찰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학대가 아닌 훈육이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관리책임자이자 아동학대를 방조한 원장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사직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린이집에 출근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원하는 곳으로 전원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하는 서구청은 소몰이 하듯 어린이집 한 곳에 특수반을 개설해 일방적으로 몰아 넣겠다고 한다"며 "극도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힘들어 하는 아동들이 기존에 심리치료를 받던 곳에 다닐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도 거절해 2주가 넘도록 방치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피해 원생 부모들은 이날 구체적인 학대 피해 사례도 공개했다. 한 부모는 "체중이 20kg이 안 되는 우리 아이보다 3, 4배 되는 몸을 가진 담임 교사가 쿠션을 휘둘렀다"며 "나동그라진 아이에게 교사가 다가가 몸 위를 누르며 강제로 억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담임 교사가 지난 여름 우리 아이를 보고 '너무 예쁘니 긴 머리를 자르지 마세요'라고 말했는데, 아이 머리채를 잡아 끌고 다니려고 했던 것이란 것을 깨달았다"며 "아팠던 기억이 지워지길 바라는 마음에 아이 머리카락을 단발로 잘라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 원생 부모들은 보육교사들이 점심시간에 아이들을 한데 모아놓고 노트북 영상을 보여주며 방치한 채 고기를 구워 먹는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상에서 보육교사들은 원생들 의자와 책상을 이용해 둘러 앉아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고 아이들은 작은 노트북 화면을 보거나 가만히 서 있었다.

8일 오전 인천 서구청사 앞에서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4개 장애인 단체와 서구 국공립 어린이집 아동학대 피해 학부모 5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 교사들에 대한 엄중 처벌과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앞서 경찰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A어린이집 20, 30대 보육교사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과 12월 어린이집에서 장애아동 5명을 포함한 1∼6세 원생 10명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한 피해 원생 부모로부터 지난해 12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해당 어린이집 7개 교실의 11월과 12월 두 달치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보육교사들은 원생들에게 학대로 의심되는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200여차례 했다.

CCTV 영상에는 보육교사들이 장애가 있는 원생에게 분무기로 물을 뿌리거나 발과 손으로 때리는 듯한 장면이 찍혀 있었다. 보육교사가 원생을 사물함으로 밀어넣은 뒤 문을 닫거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는 장면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서구는 해당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들에 대해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하고, 원생들을 다른 어린이집으로 모두 옮긴 뒤 어린이집 문을 닫기로 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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